이종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갖는 첫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북핵 폐기와 한미동맹 강화가 될 전망이다.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TF 단장과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만나 한·미 정상회담을 오는 6월 말 워싱턴에서 조기에 개최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상세일정과 의제는 외교 경로를 통해 추가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인 동시에 양국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 간 대좌라는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한국 입장에서는 외교·안보 리더십 공백 속에 생겨난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를 해소할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월과 4월에 각각 미국을 각각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대통령이 탄핵된 한국은 정상외교가 마비 상태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코리아 패싱도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놓고 중국 및 일본과 논의하고 한국은 건너뛰면서 생긴 신조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북핵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가지 기류들이 매우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시 최우선적으로 외교·안보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한·미 정상회담 오는 6월 말 개최에 합의한 것은 그와 같은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정상외교 공백에 마침표를 찍게 된 점을 의미있게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더욱 긴밀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으로 함께 대북정책의 조율에 나서는 것인데 향후 4년간 한·미 공조의 방향을 가늠케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미 두 정상은 지난 10일 첫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문 대통령)’, ‘위대한 동맹관계(트럼프 대통령)’ 등으로 표현하며 굳건함을 재확인한 바 있다. 

또 두 정상은 이날 정 단장과 포틴저 선임보좌관의 면담을 통해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궁극적 목표라는 데 공감했으며, 이를 위한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의 동원 △올바른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과의 대화 가능 △과감하고 실용적인 한·미 간 공동 방안 모색 등의 방법론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새로운 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미국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사정권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전보다 큰 위협을 느끼게 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논의하게끔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두 정상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시 단호하게 대응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화와 압박 중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는 각론에 이르면 양측간 이견이 표출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핵심은 북핵 압박과 대화의 병행이다. 남북대화
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확정한 새로운 대북 정책은 ‘최고의 압박과 관여’다.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강하게 ‘압박’해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밝히면 ‘관여’ 즉 대화와 협상에 나선다는 것이다. ‘선(先) 압박 후(後) 대화’인 셈으로 압박과 대화의 ‘병행’을 주장하는 문 대통령과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비용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껄끄러운 의제들을 테이블에 올려 놓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임기를 대부분 함께 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험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비용으로 한국에 10억달러를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한국 방문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오히려 사드 비용 부담과 관련한 재협상 논란만 불러일으키며,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한·미 방위비분담금과도 연관이 있다. 내년에 예정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측이 사드 배치 비용을 어떤 형식으로든 반영시켜 우리 측에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5년마다 체결되는데 오는 2018년 만료됨에 따라 내년 초부터는 협상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해 약 9200억원의 분담금을 지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공연히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에게 건 취임 축하 전화에서 한·미 FTA 재협상 문제를 제일 먼저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도록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협상 요구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일 뿐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협상을 예고해 왔던 터라 문 대통령의 대응방안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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