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내부에서도 정치권력에 줄을 대려는 사람이 있다. 공공성을 사유화하려는 거다. 권력을 쥐면 공공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국가의 돈이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이다. 최순실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공과 사를 구별 못한 것”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 대표인 연극 연출가 겸 극작가 김재엽(44·세종대 교수)은 “내셔널(국가)과 퍼블릭(공공)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과 싸움이 있어야 선진화를 넘어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연출은 ‘박근혜 정부’ 검열에 맞선 데 이어 남겨진 과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연극인들 중 한명이다. 대학로의 젊은 연극인들이 검열에 맞서 펼친 ‘권리장전2016-검열각하’의 개막작 ‘검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선보여 호평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검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명단을 모은 ‘검열백서’를 제작하는 검열백서위원회의 사무국장도 맡고 있다. 각종 검열 관련 토론회에도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연출은 “연극은 기본적으로 공동체의 예술”이라며 “관객들이 와야 하니까 최소한의 공동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감이 필요해요. 공공극장에서 동시대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시발점으로 알려진 극단 골목길 박근형(54) 연출의 연극 ‘개구리’ 옆에는 김 연출의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가 있었다. 

지난 2013년 국립극단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그해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을 휩쓸었다. 

객관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적인 연극 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 연출이 자신의 아버지와 한국의 상징적 아버지로 자리매김해온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삶을 겹쳐놓으면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냈다. 국립극단에서 ‘개구리’가 박근혜·박정희 전 대통령을 직설화법으로 풍자했다고 해서 논란이 일어나면서 관심이 쏠렸지만 당시 ‘개구리’ 공연장 건너편 무대에 올랐던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을 둘러싼 긴장감도 팽배했다. 

‘개구리’와 ‘알리바이 연대기’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검열이 절정에 달하던 지난 2015년 김 연출은 연구년을 맞아 1년간 독일 베를린예술대에 방문교수로 체류했다.

귀국하자마자 검열 관련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선후배 동료들이 검열에 맞서는 동안 외부에서 지원사격은 했지만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