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밝혔듯이 김민희는 내 연인(lover)이다.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홍상수(57) 감독은 지난 22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그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내겐 배우가 정말 중요하다. 그 어떤 감독보다 배우와 장소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김민희는 내게 많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배우 김민희(34)와의 관계에 대해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에에서 “가까운 사이”(I have a close relationship with her)라고 말한 데 이어 3월 한국 기자회견에서 “진솔하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했다. 이번엔 “연인”(lover)이라고 말했다. 알려진대로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공개된 ‘그 후’ 역시 유부남의 사랑을 담은 작품이었다. 홍 감독은 앞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서 같은 주제를 다룬 바 있다.
 

‘그 후’는 회사 직원을 사랑한 유부남 ‘봉완’(권해효)의 이야기를 그린다. 봉완의 아내가 그의 출판사에 처음 출근한 ‘아름’(김민희)을 남편의 연인으로 착각해 뺨을 때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흑백으로 촬영했고 간결한 촬영방식과 촌철살인 대사, 뒤틀린 인간 관계와 그 안의 사람들, 홍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번 작품은 그의 21번째 장편영화다.
 

홍 감독은 “나는 늘 영화를 어떻게 찍었는지는 모르겠고 그저 영화를 찍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찍는다. 그러다 보니까 많이 찍게 된다. ‘그 후’를 흑백으로 촬영한 것은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흑백으로 찍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계속 고집하다 보니 흑백영화가 됐다.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냥 느낌상 흑백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이후 ‘그 후’까지 연달아 네 편의 영화에서 홍 감독 호흡을 맞춘 김민희는 “홍 감독의 작업 방식이 마음에 든다. 홍 감독의 현장에서는 그날 내 기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즉흥적인 상황은 없다. 철저하게 시나리오 안에서 촬영한다. 항상 새롭고 재밌다. 함께 할 수 있다면 계속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아서다. 프랑스가 편애하는 연출가인 홍 감독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다른 나라에서’(2012)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바 있고 ‘강원도의 힘’(1998)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등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하는 등 올해까지 모두 10편을 칸에 보냈다. 이제는 본상을 받을 때가 됐다느 이야기가 나온다. 또 베를린에서 김민희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홍 감독의 작품세계가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 또한 수상 기대담을 높이다.
 

김민희는 홍 감독과 본인 중 누가 상을 받는 게 좋냐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 같나. 정말 모르겠나”라고 반문한 뒤 “상 욕심은 없다. 받게 된다면 영광이겠지만 그건 심사위원의 몫이다. ‘그 후’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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