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엄수된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 


김유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23일 추모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특별한 인사를 건넸다.

이날 추도사는 ‘대통령 문재인’으로의 정제된 언어가 아닌 ‘인간 문재인’으로 남긴 친구를 그리는 향수(鄕愁)에 가까웠다. 

문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매년 참석해왔지만 추도사를 직접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거 8주기 공식 추도사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맡았고 문 대통령은 인사말 형태를 빌렸다. 공식 식순 말미, 유족 인사말 바로 직전에 단상에 올랐다. 정부 주관이 아닌 노무현재단 주관의 행사에 참석한 자리였던 것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5·18기념사가 정치 언어로 쓰인 거대 담론이었다면 이날 추도사는 대부분이 감성 언어로 채워진 편지글과 유사했다. A4용지 2장 분량에 적힌 인사말은 친구이자 동지였던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말로 채워졌고 깊은 울림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서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로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고 할 것 같다”며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많이 가실만큼 세월이 흘러도 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른다”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아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됐다”며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을 그린 향수로 시작한 추도사는 노무현 정신을 지나 새 정부를 시작하는 문 대통령의 제언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신이 그립고 보고 싶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동안 노 전 대통령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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