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이겨서 결승전이 열리는 수원으로 향하자는 꿈은 황망하게 막을 내렸다. 그래도 이승우(19·FC바르셀로나)의 5월은 꽤나 뜨거웠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지난 5월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1대3으로 패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4강 신화 재현을 목표로 출격한 신태용호는 조별리그 통과에는 성공했지만 더 이상 항해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보는 국내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이승우의 활약 여부였다. 스페인 최고 명문인 FC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리는 이승우가 세계 축구 유망주들이 집합한 U-20 월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승우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기니전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전반 36분 하프라인 넘어 공을 잡은 이승우는 드리블 돌파 후 오른발 슛으로 기니의 골문을 열었다. 주위에 수비수 5명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수들을 따돌린 뒤 침착한 마무리로 득점에 성공했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s)으로 판정이 바뀌면서 도움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전반 45분에는 돌파로 조영욱(고려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코리안 메시’는 ‘메시의 후예들’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이승우는 오로지 개인 능력으로 아르헨티나 수비벽을 완벽히 무력화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이승우는 아르헨티나 골문을 향해 속도를 끌어올렸다. 골대와의 거리가 만만치 않아 홀로 끝까지 책임지기란 쉽지 않았지만 이승우는 순식간에 40m를 질주 후 공을 왼발로 살짝 공을 띄워 득점으로 연결했다. 

개인기보다는 조직적인 플레이를 중시했던 과거 한국 축구에서는 보기 힘든 유형의 골이었다. 

패배로 막을 내린 포르투갈전에서 이승우는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대다수 선수들이 포르투갈의 조직적인 수비에 꽁꽁 묶였지만 이승우는 분명 달랐다. 간간히 돌파로 균열을 유도한 것도, 패색이 짙어진 후반 중반 몸을 내던져 프리킥을 얻어낸 것도 이승우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조기에 짐을 쌌다. 이승우의 가능성 입증은 이번 대회가 남긴 몇 안 되는 수확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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