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여름 성수기 직전 기간인 6월은 전통적으로 잠시 숨을 고르는, 이를 테면 폭풍 전야와 같은 시기였다. 큰 제작비를 들인 작품이 많지 않았고 그 틈새를 공략하려는 중소 규모 영화 혹은 오락성보다는 작품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올해는 다르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나 어울릴 법한 작품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눈여겨 봐야 할 한국영화들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외국영화 두 편과 한국영화 두 편을 꼽아봤다. 

◆ 3000억원 물량 공세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하는 마지막 ‘트랜스포머’ 영화다. 베이 감독은 마지막을 화려하게 끝맺기 위해 무려 30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규모로 압도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총력전을 펼쳤다”는 말로 이번 작품 설명을 대신할 정도다.
 

이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무려 37억8000만 달러(약 4조2400억원)를 벌어들이며 성공을 거뒀지만 시각효과에만 의존한 수준 낮은 불록버스터라는 비아냥도 함께 들었다. 베이 감독은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유명 작가들을 대거 영입해 이야기 구조에도 공을 들였다. ‘뷰티풀 마인드’의 아키바 골즈먼, ‘어벤져스’의 자크 펜, ‘아이언맨’의 맷 홀로웨이 등이 그들이다.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가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6월 중 개봉.
 

‘트랜스포머’ 시리즈 전작들의 흥행 성적은 △ ‘트랜스포머’(2007) 740만명 △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2009) 739만명 △ ‘트랜스포머3’(2011) 778만명 △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2014) 529만명이었다.

◆ 액션 히로인의 탄생
 

6월 개봉 영화 중 가장 주목받는 외국영화가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라면 한국영화 중에는 ‘악녀’를 꼽을 수 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세계 관객의호평을 끌어내 관심을 모았고 지난달 30일 국내 언론 시사회에서도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악녀’의 강점은 역시 액션이다. 여성 킬러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 작품에는 모든 종류의 액션이 담겼다. 뛰고 구르고 날고 총과 칼과 도끼, 오토바이에 버스까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다. 창의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도전적인 액션 디자인은 한국 액션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정병길 감독은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한국 액션영화 계보를 이어나갈 재목이다.
 

수위가 높은 장면이 다수 있고 장르 특성상 모든 세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다만 정 감독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내가 살인범이다’(2012)로도 272만명을 끌어모은 바 있다. 오는 8일 개봉.

◆ 독립운동의 온도차
 

이준익 감독의 ‘독립운동 시리즈’는 다시 한번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의 삶을 담은 영화 ‘동주’로 관객을 울린 이 감독이 이번엔 또 다른 독립운동가 박열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흥미로운 건 새 영화 ‘박열’이 ‘동주’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흑백의 정적인 화면 속에 고뇌하는 윤동주를 그린 전작과는 달리 ‘박열’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열혈남아 박열의 역동을 담았다. 이준익 감독의 연출 스펙트럼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 이제훈의 연기 변신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 중 하나다. 단정하고 정직한 이미지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수염을 기르고 머리를 산발한 채 정열적으로 사는 인물을 연기한다. 예고편에서 드러난 그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이제훈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제훈이 젊고 재능있는 배우인 권율·민진웅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도 관심거리다. 오는 28일 개봉.

◆ 톰 크루즈라면 다 가능해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와 함께 6월 한국 극장가를 공략할 또 한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바로 ‘미이라’다. ‘미이라’는 지난 1999년 시작해 2008년까지 세 편이 제작된 ‘미이라’ 시리즈의 리부트(reboot) 첫 번째 영화다. 미이라의 저주가 시작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은 같지만 분위기는 한층 더 어두워졌다. 전작들이 어드벤쳐물에 가까웠다면, 이번 작품은 스릴러로 분류하는 게 적당하다.
 

이보다 중요한 건 역시 톰 크루즈의 존재다. 앞선 세 편의 주연 배우였던 브렌든 프레이저와는 일단 무게감부터가 다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걸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크루즈가 이 영화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는 예고편만 봐도 짐작할 만한다. 다시 말해 ‘미이라’는 크루즈의 존재만으로도 볼 만한 작품이 됐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스타트렉’ 시리즈, ‘나우유씨미’ 시리즈 등 굵직한 오락영화들을 제작해온 프로듀서 알렉스 커프먼이 감독으로서 어떤 역량을 보여줄지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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