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서양화가 황용엽(86)화백과 한국화가 민경갑 (대한민국예술원 회장·84)화백의 첫 2인전이 열리고 있다. 서양화와 한국화를 대표하는 국내 미술계 원로중 원로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슈페리어 창사 5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특별전에 초대해 서울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초심(初心)’을 타이틀로 한 이 전시는 5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원로화백의 집념 어린 작품을 볼수 있다. 지난 1960~70년대 대표작부터 올해 신작까지 시대별로 변모해 온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민경갑 화백은 수묵과 채색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의 경지를 보여준다. 한국화의 전통화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화법을 구축했다. 산과 산이 겹쳐있는 작품은 ‘자연과의 공존’이 메시지다.  

추상적이고 기하학적 색면으로 형상화한 산들의 해석은 무한한 생명력과 철학적 깊이를 자아내는 독특한 화풍으로 말 그대로 흉중구학(胸中丘壑) 정신의 또 다른 표현과 같다.

민 화백은 “내가 그리려는 산은 모든 산을 엮어 새로운 하나의 산 모양을 창출해 낼 뿐”이라며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들이 곧 작품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는 ‘화가 민경갑’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지난 1960년대 상파울로비엔날레 출품작을 비롯해 각 시기별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보인다.

평생 화두처럼 자연을 통해 길을 묻었던 삶에 대한 관조적 자세와 지혜를 엿볼수 있다.

황용엽 화백은 ‘인간 내면의 깊이와 성찰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천착하고 있다. 오리지널 유화기법으로 젊은 시절 한국화단을 휩쓴 서양의 미술사조(앵포르멜·단색조 회화·극사실주의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적인 화풍으로 투철한 예술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 ‘재평가 1순위 화가’로 조명받고 있다.

황 화백은 1지난 988년 제정된 ‘이중섭 미술상의 1989년 제1회 수상자’다.  황용엽 작품세계의 무게감과 비중이 이중섭의 작품세계와도 비견할 만하다는 증명이다. 2005년엔 보관문화훈장, 2015년에는 한국현대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원로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미술작가시리즈’에 선정돼 대형 초대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황용엽 화백이 한평생 매진해온 작품세계의 중심엔 언제나 ‘인간애(人間愛)’가 자리 잡고 있다. 평양에서 태어나 월남한 후 해방과 전쟁을 겪은 당사자로 분단의 아픔과 인간의 애환이 화폭에 담겼다. 작품에는 연약한 모습의 인간, 추악한 본능을 드러낸 악마의 잔상, 불안정한 역삼각형의 얼굴들이 혼재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황용엽 화백의 인간시리즈를 시기별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960년대 작품은 표현주의적 색채와 왜곡된 형상으로 인간의 내면에 주목했다면 70년대 이후는 무채색 톤의 단색조 배경과 감옥 같은 협소한 공간구성으로 자유의지가 박탈된 모습, 90년대 이후는 다소 전통적인 미감이 반영된 구도자(求道者)적 인간상, 2000년 이후 최근 작품 역시 전통문양과 인간표상의 상생적 하모니를 연출해내고 있다.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한 김윤섭 미술평론가(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노장의 힘을 보이는 민경갑ㆍ황용엽 화백과 슈페리어의 공통점은 ‘초심(初心)’으로 오늘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한국 현대미술계 혹은 미술시장은 신념보다 유행에 치우치지만 이번 ‘초심(初心)’전은 원로화백들이 50년 넘게 변함없이 쌓아온 그림을 통해 힐링하고 한국미술의 희망을 만나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슈페리어는 골프 전문 토종브랜드다. 창사후 50여 년간 한국 현대골프 발전과 함께 해왔다. 한국 최초 골프박물관 설립, KPGA 후원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최경주 프로등 유망 골퍼들을 발굴 후원해오고 있다. 슈페리어 갤러리는 지난 2012년 5월 개관해 꾸준히 기획전을 열어 왔다. 슈페리어 창업주인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과 아들인 김대환 대표는 미술 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한편, 전시는 오는 7월2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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