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48) 감독의 새 영화 ‘옥자’가 지난 12일 오후 언론 시사회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됐다.
 

‘옥자’는 오락적인 요소가 충분해 상영 시간 내내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상상에 의해 창조된 슈퍼 돼지 옥자를 구현해낸 수준 높은 컴퓨터 그래픽은 영화의 멜로 드라마적 요소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인상적인 캐릭터들과 각 인물의 성격에 들어맞는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고 매 작품 세계를 향한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봉 감독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 봉준호만의 균형감
 

봉 감독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와 ‘마더’(2009)를 제외하면 매 작품이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보여왔다. 옥자’ 또한 재미와 주제 의식을 일정 부분 이상 만족시킨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거대 돼지인 옥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괴물’(2006)에 이어 또 한 번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뤄진 생명체를 만들어낸 봉 감독은 11년 전보다 진일보한 기술력을 선보이며 관객을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하게 한다.
 

만약 옥자의 모습과 움직임이 어색했다면 미자와의 우정과 사랑을 관객에게 설득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제작비(5000만달러)의 규모를 느낄 수 있는 ‘옥자’의 정교함은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옥자와 미자의 멜로를 극대화한다.

◆ 순수하고 정직한 ‘미자’ 안서현의 매력
 

산골소녀 미자는 납치된 옥자를 구하기 위해 미국 뉴욕까지 날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굳은 의지를 담은 눈빛이 인상적인 지난 2004년생 배우 안서현은 어른들의 차가운 세계를 혈혈단신 돌파하는 미자의 무게감을 스크린 너머 전하며, 자신이 왜 봉 감독의 선택을 받았는지 스스로 증명한다.
 

미자 캐릭터는 분명 전형적이지만, 이렇게 순수한 인물이 그토록 많은 작품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특유의 매력을 충분히 담아 관객의 감정 이입을 만들어낸다.
 

‘설국열차’(2013)에 이어 봉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틸다 스윈턴은 이번에도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옥자 납치를 지시하는 ‘루시 미란도’를 맡은 스윈턴은 온몸으로 이 히스테릭한 사이코패스를 구현하는 데 성공해 그가 왜 최고 여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는지 보여준다.

◆ 봉 감독의 눈이 향한 곳
 

봉 감독은 모성을 어떤 작품보다 깊게 파고들었던 ‘마더’(2009)를 지나 전작인 ‘설국열차’(2013)에서는 시선을 인류 전체로 확장했다. ‘옥자’는 인류를 넘어 세계 전체를 훑어보는 작품이라는 평가다.
 

표면적인 주제는 동물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생명이 ‘생산’되고 ‘생산’됐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폐기될 수 있는 현 시대를 강하게 비판하는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세계를 향한 얼마간의 무기력과 회의가 담겼고 ‘설국열차’가 그랬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희망도 엿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분명한 건 ‘옥자’는 봉 감독의 전작들 중에 가장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특별한 분석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대부분이고 의미가 담긴 특정 신(scene)들도 그 의미가 명확하다는 평가다.
 

‘옥자’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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