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뭘 생각하니’라고 물어볼 때마다 더 생각하는 부분에서 발전이 있는 것 같아요. 표현의 해석에 대해 역시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죠”

차세대 소프라노로 주목 받는 황수미(31)가 성악 반주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헬무트 도이치(72)와 2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다. 

지난 14일 오후 정동에서 만난 황수미는 “이전과 다른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이치 선생님과 함께 한 국내 첫 무대가 예상치도 못하게 너무 좋은 반응을 얻어서 이번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더 합을 맞추고 싶어 선생님이 워낙 바쁘신 분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괴롭혔죠”

지난 2015년 4월 대구 수성아트피아와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두 사람의 국내 첫 협연 무대는 표가 매진되면서 화제가 됐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는 두 사람의 사인을 받기 위한 줄로 늘어섰다.

오는 18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다. 요하네스 브람스, 벤자민 브리튼, 프란츠 리스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가곡을 들려준다. 

황수미는 특히 도이치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3개의 소네트’에 대해 애정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에 시에 음악을 붙인 것으로 본래 테너를 위해 쓰인 성악곡으로 낭만이 가득하다며 “중간 중간 피아노 솔로가 아름다운데 제 음악도 그렇게 만들기 위해 한다”고 바랐다. 

도이치는 이미 요나스 카우프만 이안 보스트리지, 바바라 보니, 율리아나 반제, 디아나 담라우, 마티아스 괴르네, 헤르만 프라이 등 세계 최고 성악가들의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리는 거물 피아니스트다.

이날 함께 한 도이치는 “한국 성악가뿐만 아니라, 동양인 음악가는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는데 황수미는 자신이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걸 잘 드러낸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음악은 끝없이 공부해야 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수미는 여전히 발전하면서 표현력이 특별하죠”고 전했다.

황수미와 도이치의 첫 인연은 도이치가 지난 2013년 이탈리아 몬테풀치아노에서 연 마스터 클래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수미가 재학 중이던 뮌헨 국립음대 교수였으나 그녀가 그의 클래스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우연히 마주쳤을 뿐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이후 세계 3대 성악 콩쿠르로 꼽히는 지난 ‘2014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황수미가 1위를 차지했을 당시 심사위원으로 또 그녀를 지켜봤다. 이후 1대 1로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에서 황수미에서 연락을 해도 좋다고 말했고 심지어 e-메일도 먼저 그녀에게 보냈다.

지난 2015년 서울 공연 이후 런던의 위그모어 홀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공연장에서 수 차례 공연을 함께 해오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황수미·도이치 듀오로 자리매김하게 된 과정이다.

“선생님께서 ‘이제 너는 파트너’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정말 감사했죠. 독일어에도 존칭이 있는데 편하게 반말을 쓰라고 하셨어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요”

세계적인 성악가들과 함께 한 도이치는 스타든 아니든 기본은 다 똑같다고 했다. “카우프만이 학생 때인 스물 한살 때 그를 처음 만났죠. 담라우 역시 학생 때인 20대 초반 때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모두 큰 스타가 됐지만 학생일 때가 있었죠. 황수미 역시 처음 만났을 때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스타에요”

황수미는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이라는 걸출한 3인의 소프라노를 잇는 소프라노로 통한다. 콩쿠르 우승 이후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세계적인 독일의 본 오페라 극장의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이 곳의 솔리스트는 총 15명에 불과하고 소프라노는 그 중 황수미를 포함해 3명 뿐이다. 

황수미는 이곳에서 모차트르 ‘마술피리’의 파미나로 데뷔해 푸치니 ‘투란도트’의 류, 헨델 ‘리날도’의 알미레라, 비제 ‘진주조개잡이’ 레일라, 푸치니 ‘라보엠’의 미미, 모차르트 ‘돈 지오반니’의 돈나 안나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의 피오르딜리지를 맡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가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발성과 표현력이 발군으로 힘이 있으면서도 서정적인 목소리로 외국 성악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여전히 동양인, 특히 여성에게 벽이 높은 유럽 클래식음악계지만 황수미는 “다행히 아직은 배역을 맡는데 동양인이라서 한계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다”고 전했다.

“ ‘마술피리’는 이곳 분들이 전체를 다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는 작품인데 주인공을 맡겨주셔서 감사하죠. 앞으로도 계속 좋은 배역을 맡기 위해 노력해야죠”

황수미는 내년 4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협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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