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음반 집계 사이트인 가온차트를 후원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가 USB로 제작된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권지용’을 물리적인 음반으로 간주하기 힘들다는 1차 해석을 확정했다. 
 

가온차트는 지난 19일 “ ‘앨범’의 정의는 ‘음반’의 정의와 다르며,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만으로 한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6년 9월23일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르면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을 ‘음반’으로 정의하고 있다. 음을 디지털화한 것 역시 포함하고 있다.
 

즉 CD, TAPE, LP, USB 유형에 상관없이 디지털 음원 자체가 저작권법상 ‘음반’에 해당된다. 따라서 개정된 저작권법상으로 음반의 정의에 따르면 ‘권지용’ USB는 음반에 해당 될 수 있다. 
 

‘권지용’ USB는 처음 구입한 USB 안에 고정된 음원이 들어있지 않다. 대신 USB를 컴퓨터에 꽂아 실행시키면 특정 인터넷 사이트로 이동해 일련번호를 입력한 뒤 음원과 뮤직비디오 등을 내려받아야 하는 시스템이다. 일부에서 제기한 단순한 USB는 아닌 셈으로 음원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통로가 된 셈이다.
 

가온차트는 하지만 “개정 저작권법처럼 디지털음원까지 모두 음반으로 정의하게 되면 현재 유지되고 있는 가온차트의 디지털 차트 및 다운로드 차트와 앨범차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며 ‘권지용’ USB를 음반으로 간주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가온차트는 “새로운 형태의 뉴미디어나 이를 응용한 음악 신제품의 종류와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 발전속도를 법·제도·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2010년부터 유지해왔던 가온차트의 주요 정책들이 이제는 새로운 미디어가 보다 신속하게 반영됨이 옳지만 이번 결정은 기존 규정내에서 정책적 판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대신 가온차트는 이번 ‘권지용’ USB를 저작권법상 전송(다운로드 서비스)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상기 상품은 디지털 차트와 다운로드 차트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가온차트는 “향후 YG엔터테인먼트측과 업무 협조를 통해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받도록 협의를 진행하겠다”며 “본 상품의 가온지수내 다운로드의 가중치는 기존 다운로드 서비스와 동일하게 반영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YG 역시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현 정책체제하에서의 미봉책일뿐 향후 문화체육관광부, 대중음악산업계 등과 상의 후 새로운 차트 카테고리의 개발 등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드래곤이 USB 앨범 출시를 예고한 뒤 대중음악계에서는 이 USB가 음반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한 토론이 시작됐다.
 

이후 지난 15일 지드래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무엇이 문제죠(What’s The Problem)?”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글을 남긴 후 갑론을박이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지드래곤은 “누군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한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그저 ‘음반이다/아니다’ 로 달랑 나뉘어지면 끝인가?”라고 최근 자신의 USB 발매를 두고 벌어진 갑론을박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건 겉을 포장하고 있는 디자인적 요소를 재미까지 더한 그 형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곳에 그 누가 어디서 틀어도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음악, 내 목소리가 녹음된 바로 노래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이미 앞서 일부 뮤지션들이 카드 등을 사용해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실행, 음원 등을 내려 받는 ‘키노 앨범’ 등을 발매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물론 대중음악계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지드래곤의 USB 앨범으로 인해 가요계에 음원 저장 매체의 성격을 둘러싼 토론의 불씨가 본격적으로 당겨졌다. 
 

가요계 관계자는 “노래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형식이 다변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드래곤의 USB는 더 큰 화두를 던졌다”며 “최근 한국 유일의 LP공장이 다시 가동되는 등 LP로 통칭되는 바이닐의 인기가 높아지는 시점이기도 한데, 음반 형태를 둘러싼 건강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온차트 관계자 역시 “본 상품에 대한 앨범 여부의 논란을 자치하고라도 이러한 시도가 대한민국 대중음악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의미 있고 이를 통해 CD를 대체할 새롭고 효율적인 매체로써 USB가 각광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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