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내딛었다가 아래로 떨어질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뛰고 싶었지만 다리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정신을 차려 오른쪽 옆을 보자 일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버드나무가 줄 서 있었고 가지 끝이 물에 닿아 이리저리 쓸리고 있었다. 바로 옆은 발목 부근에 흐르는 갈색 물과는 다르게 회색이 휘감긴 녹색의 물이 흘렀다. 놀라운 것은 그 강물이 도마가 서 있는 곳보다도 조금 더 솟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일본 작가 다나카 신야의 작품 모음집 ‘나를 잡아먹는 사람들’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다나카 신야는 데뷔 당시부터 일본 내 굵직한 문학상 후보에 끊임없이 오르며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연필로만 작업하는 집필 형식으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는 소설집 ‘나를 잡아먹는 사람들’을 통해 대를 거쳐 이어오는 본성과 그것을 탈피하기 위한 인간의 고뇌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기 원했다. 

이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쇠락한 이미지가 곳곳에 심어져 있다. 이것은 노년의 끝자락이 됐다가 때로는 쇠락해가는 마을이나 가문으로 표현된다. 이를 지탱해가는 것은 모두 여성으로 원치 않았던 숙명을 묵묵히 이어가면서 갈등을 매듭짓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일본 영화 ‘도모구이’(감독 아오야마 신지) 원작소설인 ‘도모구이’를 비롯해 ‘제 3기층의 물고기’, ‘끊어진 사슬’ 총 3편의 소설이 담겼다.

“쇼와시대의 끝자락, 열일곱의 소년 도마는 떨어져 살지만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어머니, 한 집에 살면서 밥을 차려주지만 어머니는 아닌 아버지의 동거녀속에 드러나는 아버지의 모습에 고뇌한다”

“패전에서 받은 훈장을 잃어버리고 자식이 자살했다고 믿는 노인과 그의 증손자, 이 가문을 지탱해가는 두 며느리가 지나간 시대에 갇힌 노인의 죽음을 통해 재생의 의미를 되찾아간다. 정적이고 쇠락해가는 시모노세키의 배경에 반하는 소년의 낚시는 그물에 걸려드는 물고기의 크기만큼이나 역동적인 성장을 의미하며 소설의 극적인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정재계의 걸출한 인사를 내놓으며 일가를 이룬 한 가문이 점차 재산을 소진하며, 무남독녀를 키우는 삼 대의 여자들은 그 집안의 사람이 되겠다 약속한 남자들과 결혼하지만 그들은 모두 죽거나 돌아오지 않는다. 집 뒤에 세워진 교회를 혐오하며 남편이자 사위였던 남자가 사라진 것은 모두 그들 탓이라고 여기며 사슬을 감은 이가 집에 다가오는 것을 증오한다”

옮긴이 홍미화씨는 “다나카 신야는 ‘도모구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최다 도서 판매량을 단기간에 달성했고 그 역시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뉘는 평가를 받았다”며 “메타포를 줄거리 전체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과 근래 들어 매우 드문 순문학의 결정체를 보았다는 찬사로 나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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