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국제유가가 배럴 당 45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오는 13일 발표할 한국은행의 하반기 경제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가 상승률 둔화 조짐 속에 경제 낙관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은은 앞서 지난 1월과 4월 두번의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초·중반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유가 경로가 예상을 벗어나 움직이고 있어 물가 전망, 성장률 전망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오는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11달러 오른 배럴당 46.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23일에는 배럴당 43.01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 가장 높았던 2월 말 54.45달러에 비해 20% 가량 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구조여서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불리해진다. 

또 원유가 사용 범위가 워낙 넓은 자원이다 보니 시세가 조금만 변해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원유 값이 떨어지면 원유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제품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고 원유와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상품 값이 따라서 움직인다. 원유 값과 직접 상관없는 다른 수많은 상품도 꼬리를 물고 값이 하락한다.

유가가 배럴 당 1달러가 떨어지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0.15%포인트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 입장에선 국제유가는 상당한 돌발 변수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비해 높은 유가 영향으로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4월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더 높여 1.9%로 전망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의 감산 연장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예상과 다른 경로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50.6달러였으나 6월(1~20일 기준)에는 47.3달러로 떨어졌다.

지난달 26일 내놓은 한은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4~5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1.9%(월평균) 상승해 1분기(2.1%)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의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수준의 국제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되거나 추가로 하락해 40달러선 아래로 밀리면 물가 둔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특히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실손보험료 인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의 정책 추진으로 가뜩이나 물가상승 압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한은은 오는 13일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월25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성장률을 2.6%에서 추가로 올리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처음으로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도 긍정적인 경제 여건 때문이었다. 물가 안정과 수출 호조가 한은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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