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이재훈 / 조선시대에 격쟁(擊爭)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임금의 행차 때 징이나 꽹과리를 친 뒤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제도다. 
 

조선 정조(正祖) 때는 사회 기강을 위협한다며 신하들이 격쟁을 반대하자 정조는 “고할 데 없는 저 불쌍한 백성들, 저들은 실로 죄가 없다. 그렇게 만든 자들이 죄인이다”로 일갈했다고 한다. 
 

소통을 중시했던 정조 때의 격쟁 건수는 1300여 건으로 이전보다 두세 배에 이르렀으며, 암행어사나 관리를 보내 철저히 검증케 했다. 신분제가 엄격한 조선시대에서도 위정자였던 정조가 청렴·소통을 강조해 사회기강을 바로잡고자 했다. 이는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사회야말로 나라를 안정시키는 필연적인 요소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동남아시아의 작은 국가인 싱가포르에는 모기가 별로 없다고 한다. 설계·구조변경을 요구하는 건설사의 로비와 뇌물공세에도 그 나라 공무원들은 눈도 꿈쩍 하지 않는다. 
 

기존에 수립한 계획을 토대로 작은 일에도 철저를 기해 시행에 옮겨 불필요한 경사가 지는 곳도 없으며, 하수구에 물이 괴는 곳도 없다. 작은 계획을 소중히 여겨 물이 고이는 곳조차 용납하지 않는 국가가 안전사고 예방인 소방시설 설치에는 얼마나 많은 관심과 마음을 쏟을까. 그들에게 자연히 믿음이 생긴다. 
 

최근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서문시장 화재 등 각종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용접작업 때 안전관리자를 배치하고 소화활동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법적으로 적절한 소방시설을 설치, 관리하며, 노후화된 시설은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고 청렴이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원칙을 벗어난 곳에서 부정ㆍ부패의 싹이 자라고 결국 우리 사회의 곳곳을 멍들게 한다. ‘이것쯤은 괜찮겠지’하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언제든지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청렴은 국격의 지표가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부정부패 청산 요구가 거센 요즘 구성원 모두가 원칙을 지켜 소임을 다할 때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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