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음악 유통은 자본을 가진 주체가 선도하죠. 하지만 뮤지션이 스스로 거기에 대해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이 미래에 ‘나비효과’가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우선 행사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던록 대부’로 통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승열은 새 앨범 ‘요새드림요새’를 CD와 향후 제작 예정인 LP 외에 당분간 ‘애플뮤직(Apple Muisc)’과 모바일 공정 앨범 플랫폼을 지향하는 ‘바이닐(Bainil)’을 통해서만 공개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주요 음원사이트에서는 이승열의 앨범을 들 수 없는 셈이다. 손가락만 까닥하면 수많은 곡을 들을 수 있는 이 시대에 이승열은 오히려 불편한 결정을 했다. 

최근 합정동에서 만난 이승열은 “국내 플랫폼은 사업자가 지정하는 묶음상품과 할인율 등으로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 왜곡돼 있다”며 자신의 결정에 대해 “미약하지만 자기결정권”이라고 했다. 

공정한 유통구조를 통해 음악 청취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뮤지션에게 지불하려는 노력은 일찌감치 있었다. 하지만 과거 대형 카드사가 유명 밴드를 내세워 시도했지만 손 쉽게 많은 곡을 듣게 된 대중은 익숙함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대형 음원사이트에서 노래는 이미 포화상태에요. 운이 좋아야 자신의 노래가 메인에 24시간 정도 노출되는 거죠. 두 명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저와 같은 방식으로 유통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했어요. 무모해 보이지만 데이터 등을 따져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대형 음원사이트를 통해서 얻는 수익이나 이런 형식을 통한 것이나 저 같은 경우는 크게 차이가 안 나요. 정 안 되면 트럭에 CD를 싣고 팔아도 됩니다. 하하. 중요한 건 의미 있는 발걸음을 만든다는 거죠”

혹자는 이승열에 대해 반골 기질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 만나면 순박하고 서정적인 그의 모습은 차라리 ‘풀’로 유명한 김수영 같은 저항 시인의 느낌에 가깝다. 이번 앨범에 김수영문학관의 동의를 얻어 시인 김수영의 시 ‘현대식교량’의 일부를 발췌한 트랙 ‘지나간다’를 싣기도 한 그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좋은 소리만 하는 것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김수영의 시 중에서 사소한 일에만 분개한다는 내용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며’를 읽으며 제 입장이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죠. 이번 음악 유통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표현도 식상할 정도로의 일이 됐는데 소소한 것에만 분개할 수 없는 것 같은 상황에서 결정한 거예요”

총 9곡이 실린 앨범에는 기형도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트랙 ‘검은 잎’도 실렸다. 이승열은 “일종의 옹알이하는 과정에서 나온 노래”라고 소개했다. 

“제 입에서 자연스럽게 퍼지는 말들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죠. ‘검은 잎’은 한두번 읽었을 뿐인데 제가 쉽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정체불명의 단어인 이번 앨범의 제목 ‘요새드림요새’가 그런 생각의 정점이다.

“발단은 꿈(Dream·드림)이라는 표현의 앨범 타이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근데 어느날 아침 뜻도 없는 이 옹알거림 같은 ‘요새드림요새’가 떠오른 거죠. 마치 어렸을 때 동생을 위해서 아무말이나 하면서 부른 동요처럼요. 한국어로 영어로 통용될 수 있는 질감도 재미있었고요”

이번 앨범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트랙은 ‘컵 블루스(cup blues)’. 세상살이의 불안을 품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작은 위안 같은 블루스 장르인데 듣는 순간 위로를 안긴다. 

이승열은 모던록 블루스 듀오 ‘유앤미블루’의 유명한 1집 ‘나싱스 굿 이너프(Nothing’s Good Enough)’ 때부터 블루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블루스는 원초적인 감성이에요. 그래서 이 장르에 솔직한 제 이야기를 풀어내서 쓰는데 얼마 안 걸립니다. ‘아마 괜찮다’고 스스로에 말하기 위해서 고민들을 털어놓은 것이 시작이었어요. 근데 일단 스스로 위로가 돼야 많은 분들이 같은 감정에 공감하시겠죠. 이번에 이 곡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오는 8월7~8일 이태원의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리는 이승열의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큐레이티드 35 - 요새드림요새’에서 위안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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