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가 오락성을 기반으로 관객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개봉하는 기간이라면 이후 추석까지 이어지는 가을 극장가는 오락성은 물론 작품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기대하는 작품들이 주로 포진하는 시기다.

올해 역시 비슷하다. 특징이라면 유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대거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원작 소설들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최고 작가들의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흥미롭다.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그 작품들이다. 

탄탄한 원작 덕분이었는지 이 영화들에는 국내 최고 배우들이 합류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병헌·김윤석·박해일·설경구·김남길·류승룡·장동건의 연기를 이 작품들에서 볼 수 있다.


 

◆ 영화로 재탄생할 김훈의 문장… ‘남한산성’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은 김훈 작가가 2007년 내놓은 동명 장편 소설이 원작이다. 병자호란 발발로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고 이후 대응을 놓고 주화파와 척화파가 대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쟁으로 여겨졌던 당시 이들의 논쟁을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충신들의 대립으로 격상하고 ‘삼전도의 굴욕’ 등 역사상 가장 나약한 왕으로 평가됐던 인조를 고뇌하는 군주로 그리는 새로운 시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김 작가 특유의 강렬한 문장을 어떻게 영상으로 옮기느냐다.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데 기대를 걸 만하다.

‘인조’를 박해일이 연기했고 주화파 ‘최명길’은 이병헌, 척화파 ‘김상현’은 김윤석이 맡았다. 이밖에도 박희순·조우진·이다윗 등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책임진다. 앞서 공개된 1분 분량 예고편만으로도 이들의 카리스마가 독보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영화는 오는 9월 개봉 예정이다.


 

◆ 글의 서스펜스가 영상으로 재탄생할까… ‘살인자의 기억법’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더욱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영하 작가가 2013년 여름에 내놓은 소설이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늙어가면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고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출간 당시 김영하다운 참신한 설정,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 아포리즘에 가까운 문장들로 10만부 이상 팔린 김 작가 최고 히트작이다.  

따지자면 스릴러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세븐 데이즈’(2007) ‘용의자’(2013) 등에서 이 장르에서 재능을 발휘한 원신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 감독이 김 작가의 경쾌하면서도 정교한 이 작품의 재미를 스크린 안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영화 역시 출연진이 눈에 띈다. 설경구와 김남길, 오달수는 어떤 작품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들이다. 또 아이돌스타에서 배우로 한 걸음씩 전진 중인 설현의 출연도 관심을 끈다. 영화는 오는 9월 개봉 예정이다.


 

◆ 최고의 스릴러 소설이 영화로… ‘7년의 밤’

정유정 작가가 지난 2011년 내놓은 장편 소설 ‘7년의 밤’은 국내 문학에서 흔하지 않은 스릴러 장르 내러티브 구성을 적극적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세령호의 재앙’이라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딸의 복수를 하려는 남자와 아들을 지키려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소설로 출간 당시 세계 최고 장르 문학 작가인 스티븐 킹이 언급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침체된 한국 소설 시장에서 50만부 가까이 팔린 초대형 히트작이기도 하다. 

글 속에 꽉 들어찬 서스펜스를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1000만감독 중 한 명인 추창민 감독(‘광해, 왕이 된 남자’)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지만 추 감독이 이 장르의 영화를 연출해본 적이 없다는 건 불안 요소이기도 하다.

다만, 스릴러에 제격인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 류승룡·장동건 등 믿을 수 있는 중견 배우들과 함께 송새벽·고경표 등 개성 있는 연기력의 젊은 배우들이 힘을 보탠다. 영화는 올해 중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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