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하는 기준(박서준)과 매사에 분석적인 희열(강하늘)은 경찰대학교 동기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은 훈련을 받던 도중 일어난 어떤 일로 단짝이 된다. 여자친구도 없이 무료한 기숙사 생활에 지쳐가자 두 사람은 함께 클럽에 가기로 하고 외출한다.

클럽에서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은 이들은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한 여성이 납치되는 걸 목격한다. 기준과 희열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라면서 경찰에 신고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그러자 두 사람은 직접 해결에 나선다.

‘청년경찰’(감독 장훈)은 ‘군함도’ ‘택시운전사’와 함께 올해 여름 한국영화 기대작 세 편 중 하나로 꼽혔지만 항상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두 작품에 있는 게 이 영화에는 없었다.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도, 흥행 감독도, 큰 규모의 제작비도, 관객 폭발력이 있는 소재도 없었다. 그 자리는 톱스타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두 젊은 배우가, 고작 단편영화 한 편 연출한 게 전부인 신인 감독, 평범한 크기의 제작비, 수없이 반복된 이야기가 채웠다. 

그러니 이런 평가가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청년경찰’에는 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에는 없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펄떡이는 에너지다.

귀엽게 봐줄 수 있을 정도의 객기와 패기에서 나오는 뜨거움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만약 이 작품이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두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거나 뜬금 없이 사명감에 휩싸인 이들의 이야기였다면, 관객을 질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년경찰’은 주인공이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라는 걸 잊지 않으며,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어떤 한계가 있으며 이들의 행동이 때로는 얼마나 바보같은 것인지 안다.

그들은 막무가내로 부딪히면서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맞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때로는 민망해서 실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 평범한 청춘이다. 그저 앞으로 전진하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청년경찰’이 그리는 청춘이다.

영화가 코미디 영화로서 관객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각종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코미디물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했고 약속 그대로 관객을 웃겨주는 것은 물론 예상보다 큰 웃음을 안긴다. 한때 한국 코미디영화는 매너리즘에 빠졌다. 

누가 더 엽기적인지 대결했고 무의미한 음담패설을 지껄이고 욕을 뱉어댐으로서 억지 웃음을 만들었다. ‘청년경찰’은 아니다. 청춘이거나 청춘을 지나왔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어설픔으로 자연스러운 유머를 만들어낸다.

물론 ‘청년경찰’에 단점이 많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캐릭터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한다. 

수사물로서 매력도 크지 않다. 어설픈 범죄와 어설픈 해결이 있을 뿐이어서 장르물에 익숙한 요즘 관객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 청춘성장물로 봐도 어설픈 면이 많다. 

이 모든 약점을 눈감게 해주는 건 역시 박서준과 강하늘이다. 두 사람은 앞선 작품들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지만 온전히 한 작품을 책임지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들은 이런 시선을 완벽에 가까운 연기 호흡으로 돌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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