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이디푸스’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깨닫게 되는 인물이다. 모든 일이 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플롯이 오이디푸스와 영화가 동일하다”

소설가 김영하(48)씨는 지난 7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진행된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네마톡에서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큰 구조로 봤을 때 오이디푸스 신화의 이야기 구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개봉한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런던에서 빈티지 카메라 상점을 운영하는 ‘토니’가 예기치 못한 한 통의 편지로 첫사랑 ‘베로니카’와 재회한 후 자신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과거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김 씨는 “과거를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우리가 멀쩡히 살아갈 수 있겠냐”며 “젊은 날의 풋사랑과 질투가 빚어낸 중대한 과오에 뒤늦게 직면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봤다.

그러면서 영화가 갖고 있는 ‘기억의 간극’ 혹은 ‘왜곡’에 대한 메시지에 대해서도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기억을 윤색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인간이란 존립하기 힘들다. 좋은 쪽으로 편집하고 필요에 따라 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아를 유지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김 씨는 원작 소설의 원제 ‘The Sense of an Ending’와 한국 영화 제목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목이 이상하지 않냐. 영화 속에서 ‘토니’의 예감은 다 틀린다”며 센스 넘치는 농담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원작 소설과 영화를 모두 본 관객의 입장으로서 “오이디푸스 신화의 측면으로 살펴보면 제목을 잘 지은 거 같다”고 했다.

또 “원작 소설에 담긴 내용들이 영화에서도 충분히 잘 담아내고 있다.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가’, ‘역사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가’, ‘스토리와 히스토리의 차이가 무엇인가’라는 부분들을 주인공들 이야기를 통해 잘 담아내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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