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가 (사랑을)이기지 못하게 하고 그것이 우리를 분열시키지 않게 할 겁니다”

영국 맨체스터 공연 중 테러를 당했음에도 굴복하기 않고 재공연한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3)가 15일 오후 8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지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5 아리아나 그란데’를 통해 첫 내한공연한다. 

지난 5월2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대다수 10~20대가 관객으로 운집한 자신의 콘서트 도중 22명의 사망자를 낸 테러가 벌어져 큰 충격을 받았던 그녀다. 

하지만 보름 뒤인 지난 6월5일 맨체스터를 다시 찾아가 다른 팝스타들과 함께 ‘원 러브 맨체스터’라는 타이틀로 자선공연을 열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을 위로했다.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지만 키 153cm의 단신으로 인해 ‘팝의 요정’으로 통한다. 하지만 폭발적인 고음 등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부당함에 적극 대응하는 그녀의 모습은 뮤지션을 넘어 가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모범을 보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맨체스터를 다시 찾았을 당시 자신의 콘서트 테러로 희생된 이들을 위한 자선 단체의 후원자가 됐고 다친 어린이들을 문병하기도 했다. 그녀는 맨체스터의 첫 명예시민이 됐다. 

◆ 차세대 팝 디바… 제2의 머라이어 캐리 

그란데는 맨체스터 테러 전까지 자신의 인기에 비해 한국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세계에서 차세대 팝의 디바로 평가받는 뮤지션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아담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제2의 머라이어 캐리’로 불리기도 했다. 

팝뿐만 아니라, R&B와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적 재능을 뽐내고 있으며, 바비 인형을 연상시키는 빼어난 외모로 배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993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태어나 200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13’을 통해 데뷔한 그란데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아델과 머라이어 캐리 등의 노래를 커버해 올렸다. 이를 눈 여겨 본 ‘리퍼블릭 레코드’ CEO에게 발탁,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가수 데뷔 전부터 화제를 모은 그녀는 지난 2013년 싱글 ‘더 웨이(The Way)’를 빌보드 싱글 차트 9위에 올려놓으며, 화려한 신호탄을 올린다.

같은 해 내놓은 정규 1집 ‘유어스 트루리(Yours Truly)’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와 함께 미국 내에서만 100만장 이상 판매되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 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았다.

이듬해인 지난 2014년 싱글 ‘프라블럼(Problem)’으로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그란데 특유의 화려한 고음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매력적인 이 곡은 16주 연속 빌보드 차트 톱 10을 지켰으며, 얼마 전 유튜브 조회수 10억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브레이크 프리(Break Free)’와 ‘러브 미 하더(Love Me Harder)’, ‘뱅 뱅(Bang Bang)‘이 연이어 빌보드 차트 톱 10에 진입했다.

지난해 3집 ‘댄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을 발표하며,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저스틴 비버와 리아나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제44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2016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 공연장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는 여전… 대중음악계 “이해한다”

이번 내한은 지난 2월 시작된 ‘댄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 월드투어의 하나다. 테러의 아픔을 딛고 순조롭게 투어를 돌고 있지만 트라우마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관객들의 공연장 입장 시 다른 공연보다도 철저한 보안 검색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다. 공항 수준의 보안대가 운영될 예정으로 모든 종류의 가방의 반입이 불가하다.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 가방에 한해서만 반입을 허용한다.

우천시 장우산 역시 공연이나 다른 관객들에게 위협의 소지가 있어 반입이 금지된다. 접이식 우산을 지참해야 한다. 우천이 예상되는 이날 관객 입장에는 최소 1시간 이상이 소요될 예정으로 일찍 공연장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그란데는 입국시 별도의 행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보안으로 인해 입국 시각과 장소도 공개하지 않았다. 

공연계 관계자는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으나 그란데의 이번 조치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관객들도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팝스타들도 그란데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테러에 대해 같이 분노하고 그녀에게 용기를 줬다. 

명문 축구 구단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렸던 그란데의 자선 공연 ‘원 러브 맨체스터’에 참여한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 출신 리엄 갤러거는 “끔찍하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 모두가 타깃이 돼 버렸지 않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에 휘말려서 또는 겁먹어서 우리 모두가 주저하면 안 된다. 계속 하던 일들을 해야만 한다. 그런 끔찍한 일들에 멈춰져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영국 팝 신의 떠오르는 신성 두아 리파도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타킷으로 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더 강해져야죠”라고 말했다. 

그란데는 한국과의 인연이 많지는 않다. 싸이와 씨엘 등이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과 일하면서 이들과 일면식을 튼 바 있다. 브라운이 그란데 매니저다. 그란데와 씨엘이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한국 내 팬덤 굳힐까…내한공연 전 필청 리스트 

주최사 현대카드(대표 정태영)에 따르면 한국 내 그란데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이번 내한공연 2만여 석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현대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오픈한 1만3000장 규모의 티켓 선예매는 10분 만에 매진,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오픈한 7000장 일반 예매는 3분 만에 매진됐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실내 규모의 공연장인 고척스카이돔은 유명 뮤지션들이 공연했다.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 워너원, 싸이 등 톱스타들이 공연하는 장소로 팬덤을 보유한 뮤지션들이 주로 오른다. 해외 팀 중에서는 하드록 밴드 ‘메탈리카’ 등이 무대에 올랐다. 

그란데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비욘세, 레이디 가가, 노라 존스 등의 여성 뮤지션에 이어 한국에서도 팬덤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최근 데뷔 18년 만에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이곳의 절반가량만 청중을 채워 아쉬움을 샀다.

다음은 이번 공연 셋리스트 중 특히 주목해야 할 노래 3곡이다.

△‘사이드 투 사이드(side to side)’ = 3집 ‘댄저러스 우먼(2016) 수록곡이다. 가사가 다소 선정적이지만 흥겨운 레게 리듬은 몸을 절로 들썩이게 한다. 미국의 힙합스타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빌보드 차트에서 순위가 역주행하기도 했다. 국내 가수 지망생들이 커버를 자주 하는 곡이기도 하다. 

△‘프라블럼(Problem)’ = 2집 ‘마이 에브리싱’(2014)의 리드 싱글이다.  3옥타브 G#(솔샵)까지 올라가는 폭발적인 고음으로 그란데의 이름을 드높였다. 글로벌한 메가 히트곡으로 무대에서는 가창력뿐만 아니라, 화려한 퍼포먼스도 감상할 수 있다. 

△‘댄저러스 우먼’ = ‘댄저러스 우먼’ 타이틀곡이다. 이번 투어의 공식 마지막곡이기도 하다.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내며, 공연 끝까지 고음을 뽑아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곡이다. 마치 절대적으로 공연의 화룡점정을 찍어야 하는 듯한 곡이다.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고 있는 그란데식 정언명령이라고 할까.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