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이아이피’(V.I.P)(감독 박훈정)가 지난 16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장동건·김명민·이종석·박희순 등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배우들이 참여하고 ‘신세계’(2013·463만명)로 각종 유행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누아르 열풍’을 만들어내기도 한 박훈정 감독의 새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박 감독이 각본을 쓴 ‘부당거래’(감독 류승완),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신세계’ 등 전작들에서 창조한 특유의 어둡고 서늘한 세계관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가다. 권력자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아수라장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인간의 모습이 이번 작품에서도 일맥상통하게 드러난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미국 CIA가 ‘기획 귀순’시킨 북한 핵심 권력자의 외동아들이 한국에서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사건을 두고 ‘기획 귀순’ 당사자인 김광일을 돌리려는 국정원과 CIA는 물론, 범인을 체포하려는 경찰과 김광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북에서 내려온 공작원까지 얽히고 설킨다.

박 감독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표현이 여전하고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다루는 세계가 박 감독의 전작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잃지 않고 전진하는 뚝심도 있다.

다만, 동어반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이야기를 소재만 바꿔가면 반복할 뿐 앞선 영화들과 특별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과도하게 자극적인 특정 장면들은 꼭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아냈어야 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운 연기를 하는 건 이종석이다. 그는 기존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김광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무표정함 속에 광기를 숨긴 얼굴, 멜로드라마에서 보여주던 미소를 섬뜩함으로 바꿔놓은 연기는 그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한다.

이종석은 “다른 작품들에서 연쇄살인마들이 웃는 모습을 많이 봤다. 어떻게 하면 그들과 다르게 연기할지, 차별화할지 고민했다. 결론은 소년스럽게 보이는 것이었다. 감독님께서 디테일하게 지도를 해주셔서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악역은 새로운 도전이라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제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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