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1000만관객 고지를 밟았다. 개봉 19일 만이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는 전날 1033개관에서 4405회 상영해 37만1514명을 추가, 누적 관객수 996만3519명을 기록 중이다. 영화는 20일 오전 6시30분 현재 예매 관객수 10만4905명을 확보해 이날 오전 중 1000만관객 고지를 밟는다.

역대 19번째 1000만영화이며, 한국영화로는 15번째다. 이로써 한국영화는 지난 2012년 이후 6년 연속 1000만 영화를 배출하게 됐다.

‘택시운전사’의 성공은 배우·연출·극장가 상황 등 흥행을 위한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배우 송강호가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 없는 연기를 보여줬고 장훈 감독의 담백하면서도 정확한 연출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어진 극장가 상황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 송강호 나오면 본다

‘송강호가 나오니까 본다.’ 송강호(50)의 존재감은 ‘택시운전사’ 흥행을 가장 잘 설명하는 요인이다. 그가 최고 배우로 평가받는 건 압도적인 연기력은 물론 강력한 티켓 파워도 함께 가지고 있어서다.

최근 5년간 그가 출연한 영화는 모두 성공했다. △설국열차(2013) 935만명 △관상(2013) 913만명 △변호인(2013) 1137만명 △사도(2015) 624만명 △밀정(2016) 750만명 등이다.

앞선 5편의 영화 중 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설국열차’를 제외하면, 나머지 작품 모두 송강호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의 연기를 집중적으로 담은 영화들이라는 점에서 이런 성과는 더욱 놀랍다.

‘택시운전사’도 마찬가지다. 독일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좋은 연기력을 갖춘 유해진·류준열 등이 출연하지만 이 작품은 결국 송강호의 영화다. 송강호 특유의 유머에 웃다가 송강호만의 절제된 감정 연기에 깊이 빠져드는 작품이 ‘택시운전사’다.

한 제작사 대표는 “’택시운전사’에 송강호가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을지 의문이 든다. 그만큼 송강호 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이 있다. 송강호가 출연하면 어떤 영화라도 투자가 된다는 건 관객뿐만 아니라 영화계가 많은 부분을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선(先)웃음·후(後)감동’ 공식의 모범 사례

러닝타임을 대략 반으로 나눠 전반부에는 웃음을 터뜨리고 후반부에는 눈물을 쏟게하는 ‘전략’은 숱한 한국영화들이 활용해온 상투적인 연출 방식이다. 최근 일부 영화팬은 이런 전형적인 연출의 반복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이 클리셰가 될 정도로 자주 쓰이고 지금도 활용되는 건 그만큼 강력한 흥행력을 가져서다.

‘택시운전사’는 이 방식을 적극 취하면서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연출을 선보인다. 이 작품의 ‘웃음과 눈물’ 사이에는 억지가 없고 오히려 논리적으로 합당한 흐름이 있어서 관객을 극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한다.

가령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모르는 서울 택시 기사가 돈 벌 기회를 얻어 기분 좋게 광주에 내려간 뒤 그곳에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목도한 뒤 눈물 쏟는 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구성이어서 모든 연령대 관객에게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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