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관 상무이사 한반도를 감쌌던 폭염이 점차 누그러졌다. 때마침 비까지 계속돼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서늘해졌다. 그러나 북한의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BCM) 실험 발사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국가들 사이에 안보쟁탈전으로 한반도는 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강도 높은 미사일 도발과 원색적인 발언에 맞장구를 치며, 서로간의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6 베를린 구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코리아 패싱(한국 제외하기)’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북한의 핵문제에서 한국이 소외받는 모습이 현실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강대국들끼리의 힘겨루기에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주도권을 쥐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어디 한국 뿐이겠는가. 

평택시 곳곳에서도 기관들끼리의 힘겨루기, 정치권의 이권 다툼 등으로 정작 문제의 중심에 있어야 할 평택 시민들은 당연한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채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2007년 명문대학 캠퍼스를 유치해 평택시를 명품교육도시로 탈바꿈 하겠다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평택 브레인시티 개발 사업은 획기적이었고 주민들은 잔뜩 들떠있었다. 

그러나 최초 사업이 시작된 지 어느덧 10년이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착공을 위한 첫삽도 뜨지 못한 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대의명분(大義名分)’이라는 미명 아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관들의 힘겨루기, 지역 정치인끼리의 팽팽한 대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되돌아왔다. 

강산도 바뀐다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주민들이 입은 상처는 치유되기 힘들어 보인다. 브레인시티 추진위원회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1500여명에 이르는 토지주 가운데 경매로 토지와 주택을 잃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땅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만 100명이 훌쩍 넘었다. 눈물겨운 사연도 한 둘이 아니다. 

세상을 떠난 남편이 한푼 두푼 모아 마련한 500평 남짓의 토지는 지병을 앓고 있었던 A씨에게 남편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러한 사연이 담긴 땅은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에 묶여 매달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이자로 돌아왔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현실을 비관하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주민도 있었다. 지금도 많은 주민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땅을 잃지 않으려고 허드렛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등 눈물겨운 생활을 감내하며, 발버둥치고 있다.

거대 집단이나 단체들의 다툼과 충돌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피해를 입는게 현실이다. 평택시가 지난 6월 26일 새로운 시행사를 통해 브레인시티 사업 진행에 가장 큰 문제였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했었지만 평택시의회에서 시행사 변경에 대한 감사청구 논의가 불거졌고 특히 경기도의 사업승인 결정이 지연되면서 또 다시 주민들에게 깊은 상처와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 

평택시가 명품도시가 된다는 이야기가 일상화됐다. 그러나 명품도시의 필수조건은 시의 주인인 시민이 행복해야 하는 것이다. 시민의 고통받고 피해를 당하는 도시가 과연 명품도시인가?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위기가 닥치면 모두가 똘똘 뭉쳐 슬기롭게 난관을 함께 해결해 나갔다. 평택시가 이제부터라도 각종 사업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를 눈감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 평택시와 각계각층 인사들이 하나가 돼 주민들의 상처를 치료했으면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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