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벌써 11승. 올해 시즌 넥센 히어로즈의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잡은 최원태(20)의 승수다.

올해 프로 2년차인 최원태는 선발로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 투수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투수들은 시즌 중반이 지나면 체력적인 부담을 호소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최원태는 8월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거의 거르지 않고 꿋꿋하게 로테이션을 지켰다. 
 

올해 시즌 22경기에서 132 1/3이닝을 소화한 최원태는 11승 6패 평균자책점 4.62의 성적을 거뒀다. 
 

넥센은 지난해 15승을 거둔 신재영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낸 토종 선발 투수를 배출했다.
 

첫 선을 보인 지난해 2승 3패 평균자책점 7.23에 그친 최원태가 올해 시즌 이만큼의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최원태는 “시즌을 시작할 때에는 4승을 거두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1승만 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며 “두 자릿수 승수는 예상조차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신재영을 보면서 ‘나는 언제 두 자릿수 승리를 해보나’ 생각했는데 하게 됐다. 생각보다 승리가 너무 많다”며 “선배들이 점수도 많이 뽑아주시고 수비도 잘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첫 풀타임 시즌 치고는 기복이 적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감독님께서 관리도 잘 해주신다”며 “안좋은 것을 빨리 잊는 성격인 것도 기복이 적은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잊는다”고 전했다.

기복이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한 차례 힘겨웠던 시기도 보냈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대량 실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5월21일 수원 kt전에서 2⅔이닝 9실점으로 무너졌고 5월27일 고척 삼성전에서도 6이닝 4실점으로 불안했다. 지난 2일 고척 두산전에서도 3이닝 9피안타(1홈런) 9실점으로 난타당했다.
 

하지만 6월8일 문학 SK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안정을 찾았고 이후 패배를 잊은 투수가 됐다. 최원태가 패전 투수가 된 것은 6월2일 두산전이 마지막이다.
 

최원태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던대로 했다”며 “다만, ‘이렇게 하면 더 이상 선발 투수로 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후반기부터 올해 시즌 최원태를 선발의 한 축으로 올라설 수 있게 해 준 투심 패스트볼의 비중을 줄이고 슬라이더 비중을 늘린 것도 주효했다.
 

최원태는 “타자들이 투심 패스트볼을 노리고 들어와서 그런 것은 아니다.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타자들이 속길래 더 많이 던지게 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원태의 성장은 오는 11월16~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을 준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에도 호재다. 이 대회에는 와일드카드 3장을 제외하면 24세 미만의 선수들이 출전 가능하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원태는 “대표팀에 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내년 있을 아시안게임 이야기를 꺼내자 최원태는 “대표팀에 포함돼 금메달까지 딴다면 마운드 위에서 춤 출 정도로 좋겠지만 대표팀에 포함될 수 있겠냐”며 손사래를 쳤다.
 

이미 분에 넘치는 승수를 거뒀다고 거듭 강조한 최원태는 “승리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다만,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이대로 다치지 않고 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해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최원태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아직 그의 나이 스무살이다.
 

최원태는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마운드 위에서 노하우나 요령이 생긴 것 같다”며 “하지만 밸런스가 아직 불안정해 올해 시즌을 마치면 더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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