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이 지나고 무더위가 물러가면서 SK 와이번스 베테랑 타자 박정권(36)이 ‘가을 사나이’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시즌 주장을 맡은 박정권은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94경기에서 타율 0.272(243타수 66안타) 13홈런 42타점에 그쳤다. 팀이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입추가 지난 후 박정권의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올해 절기상 가을의 시작은 지난 7일이었다. 이날 이후 10경기(선발 6경기)에 출전한 박정권은 타율 0.440(25타수 11안타) 4홈런 13타점을 몰아쳤다.
 

안타의 절반이 홈런인 셈이다. 이 기간 동안 박정권의 장타율은 0.920에 달하고 출루율 0.481을 기록했다.
 

특히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물러난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부터 19일 광주 KIA전까지 4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SK는 박정권이 맹타를 휘두른 4경기 중 3경기에서 승리했다. 
 

17일 문학 LG전에서 7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정권은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해 팀의 6대1 승리에 힘을 더했다. 
 

SK가 LG를 8대2로 꺾은 18일 경기에서도 박정권은 홈런 두 방을 몰아치며 4타수 3안타 5타점 2득점으로 불꽃타를 휘둘러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19일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 타격감이 살아난 박정권을 5번 타자로 기용했다. 박정권은 시즌 13호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 힐만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런 박정권을 두고 ‘가을 사나이’ 본능이 살아났다고들 한다. 그만큼 박정권은 ‘가을에 강해진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박정권이 가을 사나이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포스트시즌에 워낙 맹타를 휘둘러서다. ‘SK 왕조’ 시절 박정권은 가을잔치에서 유독 인상깊은 활약을 선보여 가을 사나이 이미지가 굳어졌다.
 

포스트시즌 통산 48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323 9홈런 34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0.401, 장타율 0.582에 OPS(출루율+장타율) 0.983의 성적을 냈다.
 

특히 SK가 4전 전승으로 우승한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0.357(14타수 5안타) 1홈런 6타점으로 활약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박정권은 지난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를 뛰는 동안 타율 0.476(21타수 10안타) 3홈런 8타점으로 연일 맹타를 선보여 역시 시리즈 MVP로 뽑혔다. 
 

지난 2011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시리즈 MVP는 박정권의 차지였다. 이러다보니 박정권에게는 가을 사나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올해 부임한 힐만 감독도 “날씨가 선선해지면 박정권이 불타오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이후 박정권의 통산 월간 성적을 살펴보면 가을 성적이 두드러지게 좋지는 않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통산 1228경기에 출전한 박정권은 타율 0.277 172홈런 659타점에 출루율 0.350, 장타율 0.465, OPS 0.815를 기록했다. 
 

그의 8월 통산 월간 성적은 타율 0.290 30홈런 115타점에 OPS 0.841로 통산 성적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통산 9월 성적(타율 0.279 30홈런 100타점 OPS 0.870)도 두드러지게 좋지는 않다.
 

오히려 지난 6월 통산 월간 성적이 타율 0.295 33홈런 126타점 OPS 0.873으로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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