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정든 그라운드에 작별을 고한 박재상(35·SK 와이번스)의 목소리에서 ‘섭섭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박재상은 “우승도 세 번이나 했는데 얼마나 행복한 선수냐”며 웃었다. 
 

유쾌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박재상은 은퇴식도 너무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SK 구단은 지난 3일 박재상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박재상은 SK 왕조 시절 외야의 한 축을 책임진 선수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2010년 SK 우승의 순간에 모두 그가 있었다. 
 

지난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67순위)에 SK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은 박재상은 올해까지 17년간 SK에서만 뛰었다.
 

지난 2006년 65경기에 출전하며 실력을 뽐낸 박재상은 SK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2007년부터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박재상은 17년간 1087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262 65홈런 394타점 135도루 459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5 15홈런 81타점 31도루 84득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 2013년까지도 팀 외야의 한 축을 담당했던 박재상은 2014년부터 부상에 시달렸고 그 사이 젊은 외야수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올해 시즌에는 1군 무대에 한 번도 서지 못했고 2군에서도 23경기 출전에 그쳤다.
 

구단에서 코칭스태프 합류를 권유했고 박재상은 결국 현역 은퇴의 길을 택했다.
 

박재상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섭섭한 것은 없다. 뭐든지 결정할 때 한 번에 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결정은 한 번에 했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었다. 
 

박재상은 “기회가 줄어들고 자리가 없었다. 2군에서 뛰면서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고민하다가 결정을 했다. 주위에서는 특별히 아파서 그런 것도 아니라서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17년간 몸 담은 SK를 떠나는 것이 그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생각이 은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박재상에게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것도 의미있는 일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그는 “그게 은퇴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현역 시절 팀을 옮겨 본 선수가 아니다. 입단해서 계속 SK에서만 뛰었다”며 “다른 팀을 가도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SK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프로 선수로 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을 때다.
 

박재상은 “1군에서 주전으로 처음 뛴 해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SK 구단은 오는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지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박재상의 은퇴식을 거행한다.
 

박재상은 “감사한 마음이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구단에 너무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웃으면서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공·수·주 삼박자를 고루 갖춘 외야수로 활약한 박재상은 콘택트 능력이 좋고 부드러운 스윙을 선보여 팬들에게 ‘아트 스윙’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는 야구 팬들이 ‘SK 좌익수’하면 박재상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재상은 “한창 팀 성적이 좋을 때 주전 좌익수로 뛰지 않았나. ‘SK 좌익수’라고 했을 때 야구 팬들이 나를 가장 먼저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박재상은 내년 시즌부터 SK 코칭스태프로 합류한다.
 

박재상은 “선수로 훈련을 하는 것과 지도를 하고 전달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제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지도하는 것에 있어서는 신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를 많이 해서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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