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꼽히는 ‘파리의 연인’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와 ‘싸인’ ‘유령’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만났다. 

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도깨비VS시그널’ 강연에서다.

배우 송중기(32)·송혜교(36)를 이어준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의 김은숙 작가는 “서로 너무 좋아 죽는다”며 “예쁜 커플이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혜교씨가 ‘유시진이 송중기를 바꿔놨다’고 말했다. 중기씨 원래 성격은 상남자였는데 거기에 달콤함이 얹어져서 최고인 모양이다”

이날 강연은 약 2시간동안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가 능숙한 진행 솜씨를 뽐냈으며, 기자들을 비롯해 작가 지망생, 일반 시청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은숙 작가는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드라마 작가는 재능이 있어도 성공하기 어렵다. 운도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김태훈씨 역시 “재능이 없다면 빨리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낫다”며 “사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부지런히 다른 사람한테 모니터링을 부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가 배우 캐스팅에 어느 정도 관여하냐’는 질문을 받은 김은숙 작가는 “작가는 배우들에게 늘 선택을 당하는 입장이고 ‘이 배우 안 되겠어’라고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독·제작사와 회의를 하면 1순위 배우는 늘 똑같다”며 “5년 전만 해도 배우 원빈이 1순위였는데 거절하면 순차적으로 내려가는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배우가 많지 않다”며 “내가 원하는 배우는 영화계, 방송사 모두가 원한다. 그렇다보니 배우들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미팅을 나가면 30분간 캐릭터를 설명하고 미친 듯이 열변을 토한다”고 털어놨다.

김은숙 작가는 자신이 쓴 드라마 중 명장면으로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속에서 극 중 박신양이 김정은에게 ‘애기야 가자’라고 말한 것’, ‘태양의 후예’ 3부가 끝난 뒤에 시청률을 기다렸던 순간 등을 꼽았다.

김 작가는 ‘태양의 후예’에 대해 “처음 해본 사전제작 드라마였다”며 “ ‘김은숙 이제 맛 갔네’ 이런 반응들을 들어서 굉장히 의기소침해있었고 외로웠다. 1·2회 방송이 14~15% 시청률이 나왔는데 15%가 이대로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 3회(2016년 3월2일, 닐슨코리아 기준)는 23.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3회 때 ‘왜 시청률이 많이 올랐지’ 하면서 어떻게 작업했는지를 되짚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끝난 오후 11시10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 다음날 오전 6시50분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다. 16번의 피 말리는 술자리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3년간 편성을 잘 받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은희 작가는 “매번 시청률이 잘 나와도 힘들다”며 “포스터를 앞에 붙여놓고 쓴다. 이 많은 스태프들이 ‘내 대본 하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하면서 쓴다”고 털어놨다.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각계 각층에 모니터 요원을 많이 두고 있다”며 “남들도 재밌어 하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작가는 모두 12살인 딸을 둔 엄마다. 김은숙 작가는 “딸과 떨어져서 지내고 있다”며 “김은희 작가는 같은 서울에 있으면서 딸과 못 만나고 지내고 있다. 우리는 독하고 못된 엄마”라며 워킹맘의 고충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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