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최현지(29)씨는 이번 설 명절에도 당직을 서느라 고향에 가지 못한다. 세뱃돈이 줄어들어 실망스런 표정을 지을 조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영 편치 않다.

#2.귀향길에 나선 직장인 박성일(35)씨는 고속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아차' 싶었다. 설 연휴 직전 밀려드는 업무에 정신이 없어 현금을 찾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이다. 시골집 주변엔 마땅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 하나 없다. 부모님께 드릴 용돈과 조카들 세뱃돈을 주려면 휴게소에서 짧은 시간 안에 ATM을 찾아내야만 한다.

최근 은행권이 간편송금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이러한 불편함이 사라졌다. 계좌번호나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세뱃돈이나 용돈을 보낼 수 있고, 카드·메시지까지 작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 신한은행은 '써니뱅크', KB국민은행 'Liiv(리브)', 하나금융은 '하나멤버스', IBK기업은행은 'i-ONE뱅크'를 통해 이러한 간편송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편송금서비스의 일평균 이용실적은 지난해 3분기 전기대비 25.7% 증가하며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먼저 138만명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한 우리은행 '위비뱅크'는 휴대폰이나 계좌번호를 통해 송금할 수 있는 '위비페이' 간편 보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1회 30만원, 1일 50만원까지 공인인증서, 이용 수수료 없이 송금이 가능하다. 위비페이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이용률이 같은해 1월 대비 755%나 급증했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뱅킹 서비스 '리브'의 간편송금 서비스인 '리브머니 보내기'를 통해 받는 사람의 이름과 계좌비밀번호 만으로 수수료 없이 간단하게 세뱃돈을 보낼 수 있다. KB은행 리브는 출시 6개월만인 지난 16일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외국으로도 세뱃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신한은행은 설 명절을 맞아 스마트폰으로 외화를 선물하고 또 선물 받은 외화를 보관할 수 있는 '써니뱅크 모바일 외화 복(福)주머니'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루 최대 100만원까지 외화 세뱃돈을 송금할 수 있고, 수취인 기준 하루 최대 1000만원까지 복주머니에 외화 새뱃돈을 보관할 수 있다.

모바일 외화 복주머니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녀, 손자들의 세뱃돈을 위해 신권을 구하려 분주하게 움직일 필요 없이 몇 번의 터치만으로 외화로 용돈을 보낼 수 있다. 또 졸업, 입학 등 특별한 날을 인출 가능일로 정해 꾸준히 용돈을 적립해 줄 수 있으며 받는 사람을 위한 메시지도 남길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젊은 세대는 물론 시니어 고객도 자녀와 손자에게 편리하게 용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멤버스 서비스 내에 새롭게 선보인 '하나톡' 기능을 통해 세뱃돈을 포함해 용돈, 더치페이 등 다양한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특히 설을 맞아 하나톡으로 세뱃돈을 보낼 때 추첨을 통해 보낸 금액의 3배머니(매일 50명·최대 3만머니) 또는 10머니(매일 1만명)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IBK기업은행도 '휙 간편송금'을 통해 카드와 함께 현금을 보낼 수 있는 경조금보내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드·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고, 상대방 계좌번호를 알지 못해도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편하게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이러한 편리함 때문에 세뱃돈뿐 아니라 축의금이나 지인간의 송금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가 간편한 사용성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며 "생활금융플랫폼이 보편화됨에 따라 명절과 생일 등 용돈을 주고받는 문화까지 변화시킬 것"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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