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와 ‘라라랜드’(2016)는 음악영화의 문법을 바꿨다. 하버드대 동문이자 만 서른 두 살의 동갑내기인 영화감독 데이미언 셔젤과 음악감독 겸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가 함께 빚은 마법이다. 이후 세계적으로 팬덤을 보유한 수퍼 콤비가 됐다. 

허위츠는 셔젤의 첫 장편연출 ‘가이 앤 매들린 오 어 파크 벤치’(2009)를 작업할 때만해도 “이런 인기와 세계적인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의 첫 영화인 ‘가이 앤 매들린 오 어 파크 벤치’ 역시 음악영화였다. 흑백 화면에 재즈 뮤지션의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은 뮤지컬 영화다. 테마가 MGM시절의 클래식 뮤지컬이었다. 

허위츠는 “우리는 그저 우리가 믿는 것과 솔직함을 담은 작품을 만들기를 바랐다”며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응원해줬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도 보람찬 일”이라고 말했다. 

허위츠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작가, 어머니는 발레리나 출신이며, 누나는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셔젤을 만나기 전까지 클래식음악을 전공한 전형적인 음악학도였다. 대학 초년생 시절에는 인디 밴드 ‘체스터 프렌치(Chester French)’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재즈의 매력을 알게 해준 이가 셔젤이었다.

“저는 클래식음악 전공이었고 데이미언은 영화를 공부했어요. 서로의 작업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특히 데이미언은 제게 재즈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소개해주며,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죠”

허위츠는 공연기획사 프라이빗커브가 오는 10월7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펼치는 가을 음악축제 ‘제1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7’를 통해 처음 내한한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재즈 밴드와 함께 ‘저스틴 허위츠가 지휘하는 라라랜드 인 콘서트’를 펼친다. 

한국에서 ‘위플래쉬’가 소규모의 영화로는 대박인 158만명, ‘라라랜드’는 무려 350만명이 본 만큼 이번 공연에 대한 관심이 크다. 

허위츠는 “ ‘위플래쉬’가 한국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얻고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무척 놀라워했다”며 “그래서 그때부터 한국의 관심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영화 ‘라라랜드’ 전편을 영상으로 관람하며, 영화 속 음악을 71인조 국내 최고 디토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감상하는 필름 콘서트 형식이다. 

“ ‘라라랜드’가 처음 공개됐을 때 유튜브에 올라오는 커버들을 많이 봤는데 제가 본 대부분의 커버 영상 속 사람들은 한국인 가수나 아티스트였어요. 굉장히 영화에 대한 무척 아름답고 멋진 오마주 같았죠. 그래서 한국에 팬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던 사실이에요. 저를 이렇게 응원해주는 팬들이 많다는 것이 무척 감사합니다”

미국에서 종종 한국 음식점을 찾았지만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것이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번에 한국에서 며칠 간 머무를 예정이라며, 여러 곳을 방문해서 한국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싶다고 바랐다. 

“우선 한국의 팬들에게 라이브로 제 음악의 색다른 감동을 전달해 줄 생각에 무척 설레요. 영화의 감정선을 더 풍성하게 살릴 수 있는 음악을 보여주고 싶어요”

‘위플래시’와 ‘라라랜드’는 음악이 특기할 만한 건 영상에 착 달라붙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OST가 개별 음반만으로도 독자적인 예술 작품으로 자리매김한다. 

“작곡가로서 음악이 영상이나 대본만큼 스토리텔링을 하는 아주 큰 도구가 되는 건 큰 즐거움이에요. 감정적으로 솔직하고 주인공의 이야기를 잘 표현해내는 곡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라랜드’는 지난 3월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휩쓸었다. 허위츠는 주제가상을 받은 ‘시티 오브 스타스’보다 극 중 배우 지망생 미아(에마 스톤)가 부른 ‘오디션’에 애정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 ‘시티 오브 스타스’도 좋고 ‘오디션’도 매우 좋아하는 곡들이에요. 영화에서 굉장히 솔직하고 감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곡들이기 때문”이라며 “주인공들이 감정적으로 연약한 순간에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꺼내보이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라라랜드’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에 꽂힐 주제곡을 정하기 위해 1900여 개의 피아노 데모곡 작업을 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데이미언이 공감하는 멜로디나 분위기의 음악을 찾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요. 힘들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 둘 다 사랑하고 동의하는 멜로디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렇다면 허위츠와 셔젤의 차기 음악영화는 무엇일까. 호사가들은 영화계 환상 듀오의 이전 작업들을 살펴보면서 다음은 콘트라베이스가 주제 악기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는 트럼펫, ‘위플래시’는 드럼, ‘라라랜드’는 피아노였기 때문이다. 

보통 재즈 콰르텟(4중주)이 드럼과 피아노 구성에 트럼펫 같은 관악기 그리고 콘트라베이스 같은 묵직한 현악기가 가세하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우선 셔젤 감독의 차기작은 아폴로 11호의 선장이자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닐 암스트롱을 다룬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영화는 아니지만 허위츠 역시 참여한다. ‘라라랜드’의 주역인 라이언 고슬링이 암스트롱을 연기한다. 

허위츠는 “아직 영화 제작 초기단계라 뭐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며 “다만,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처럼 꿈을 꾸고 그 꿈의 대가와 희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전 작품들과는 달리 재즈에 몰두한 작품이 되진 않을 것이에요. 재즈를 좋아하고 재즈 영화를 만들며, 즐거웠지만 새로운 음악을 해볼 예정입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영화음악계에서 허위츠의 대선배라고 할 수 있는 거장 영화 음악감독 한스 짐머(한스 치머)도 함께 한다. 

“짐머를 만나게 돼 너무 설레요. 사실 처음 만나는 것은 아니에요. 지난 가을, 한스와 어떤 영화제의 심사위원자격으로 같이 만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영화음악계의 거장이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존경하는 영웅이라 처음 만날 때 무척 아이처럼 떨리고 신났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기회에 그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라이브 공연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돼 무척 기대됩니다”

허위츠는 서른살을 갓 넘긴 나이에 이미 많은 걸 누린 스타가 됐다. 그래도 꿈을 다룬 영화들처럼 본인 역시 계속 꿈을 꿔 나가기를 바랐다. 

“저는 꿈을 꾸는 것을 좋아하는 몽상가입니다. ‘라라랜드’의 제작을 지난 2010년부터 꿈 꿔왔죠. 영화를 실제 스크린으로 올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꿈이었고 우리는 그 꿈을 이뤘습니다. 앞으로도 영화에 솔직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로 마음껏 꿈꾸며, 살고 싶어요. 꿈을 꾸는 삶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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