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의 국제적인 위세가 대단하다.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4개 앨범 연속 진입, K팝 팀으로는 이 차트 최고 순위 26위를 기록 중이다.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작업한 ‘베스트 오브 미’를 18일 오후 6시 공개하는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에 싣기도 했다. 이 앨범은 선주문만 무려 112만장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소공동 호텔에서 새 앨범 ‘LOVE YOURSELF 承 ‘Her’ 발매 기자 간담회를 연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은 방탄소년단 역사에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 랩몬스터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회사에 프로듀서들이 많이 들어왔고 정국이도 이제 작업실에 들어옵니다. 프로듀서들과 멤버들이 협력하고 공존하면서 찾아가는 작업방식이 이번에 음악적 혁신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방탄소년단의 2장이 막 시작됐습니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콘셉트가 분명한 앨범들을 선보여왔다. 학원 문제를 다룬 ‘학교 3부작’, 청춘을 다룬 ‘화양연화’ 2부작 그리고 유혹을 주제로 했던 ‘윙스’와 ‘외전’이다. 

이번 앨범은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연작을 알리는 앨범이다. 즉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랩몬스터는 이번 앨범을 통해 “소년들의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랑은 능력’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남도 사랑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다들 사랑을 할 때 착각하고 많이 헤맨다고 하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가 되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살아가는지 알 수 있게 됐는데 정작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게 된 것 같아요”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면 세상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저희도 온전히 자신을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자신이 없지만 그 과정을 처음부터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나를 사랑하는 일에 대해 출발을 해보자’라는 거죠. 아직 시작 단계라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많은 분들과 함께 찾아나가고 싶어요”

이번 연작은 기승전결(起承轉結) 형태로 발매되는데 첫 앨범의 타이틀에 처음인 기(起)가 아닌 두 번째인 승(承)을 표기한 눈길을 끈다. 

슈가는 “승이 사랑에 빠진 몰입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고 앨범에 그런 곡들이 많이 실려 있어 승이라고 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지 그림은 다 그려져 있어요. 나중에 왜 이번 앨범이 ‘승’인지 알게 되실 것”이라고 예고했다. 

총 11개 트랙이 실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DNA’다. 해외 최신 음악 트렌드인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팝이다. 곡의 중간 브리지를 뜻하는 드롭(Drop) 파트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등 K팝에서는 보기 드문 음악적 구조를 가진 곡이라고 설명했다. 

랩몬스터는 “K팝에서는 과감한 시도를 한 곡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DNA는 처음부터 하나였고 만나게 되도록 세팅이 돼 있다는 내용을 가사에 담았죠. 사랑이라는 여정을 시작할 때 설레고 두려하는 감정을 저희만의 스타일로 해석했다”고 소개했다. 

랩몬스터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 소감에 이어지는 강렬한 힙합 트랙 ‘마이크 드롭(MIC Drop)’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30일 마지막 백악관출입기자단 만찬 연설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오바마는 당시 마지막으로 “이제 두 단어만 남았다”며 “오바마 퇴장”(Obama out)을 외치고 마이크를 연단 즉 ‘마이크 드롭’ 퍼포먼스를 했다.

연설자나 배우가 자신의 연설과 연기가 만족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신호로 통한다. 지난해NBA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역시 은퇴경기 후 고별 인사에서 ‘맘바(브라이언트 별명) 아웃’을 외치며, 마이크를 떨어뜨린 바 있다. 

랩몬스터는 ‘마이크 드롭’에 대해 “ ‘내 연설 진짜 멋있지 않았나’라는 뜻의 퍼포먼스”라며 “저희 스웨그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랩몬스터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1Q84’에서 영감을 받은 곡 ‘바다’를 수록하는 등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성숙도가 매번 깊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최근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프로듀서의 말이 화두가 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을 향해 “초심을 지키라는 말도 별로 안 좋아한다. 성장하면 대우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랩몬스터는 “방 프로듀서님의 말씀은 ‘초심을 지키지 않고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뜻은 아니죠. 현재 저희들이 처한 상황과 위치에 걸맞은 마인드를 가지라는 뜻일 거예요. 그를 위해 항상 노력해야죠”라고 말했다.

슈가 역시 “방 PD님이 항상 변화를 하고 멋있게 성장을 하라고 강조하신 부분”이라며 “음악에서만큼은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탄소년단 기자회견 주변에는 외국인 팬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전 K팝 그룹과는 다른 방식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자신들에 대해 방탄소년단은 “K팝 역사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세대”라고 여겼다.

이전 세대의 한국 대중음악의 대표인 서태지는 방탄소년단에게 최근 “이제 너희들의 시대”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와서 서태지와 8곡을 소화한 바 있다.

뷔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동이었다”며 “레전드 선배님과 같이 무대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새 기록을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에 대해 매번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슈가는 “빌보드 ‘핫 100’ 안에 들어가는 목표”라고 말했다.

“앨범도 많이 팔려야 하고 스트리밍도 많이 돼야 하고 라디오 플레이도 돼야 하는데 쉽지는 않죠. 저희가 가능할까 생각을 하는데 미국 라디오에서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조심스럽게 이번에는 차트에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랩몬스터는 2만여석 규모의 고척스카이돔이 생기기 전인 데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이 1만석의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체조경기장은 물론 고척스카이돔 콘서트를 이미 소화했다. 

“이제는 저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상상할 수 없던 제안들이 오고가는 것으로 알아요. 저희도 저희가 어디까지 가는 지 보고 싶죠. 싸이 선배님이 하신 것(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2위)처럼 저희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이정표를 세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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