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은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 끝에 호국영웅들이 수호한 곳으로 38선과 휴전선을 동시에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이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휴전중이지만 오늘날까지도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 세대 중 일부가 6·25전쟁의 발발연도나 남침인지 북침인지조차 헷갈려한다는 사실을 종종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될 때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일부 젊은이의 역사관에 대해 젊은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백학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백학면 특색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의 역사를 되돌아보던 중 레클리스라는 하사 군마에 대해 알게 됐다. 경마장 말이었던 레클리스는 6·25전쟁 중 미해병대가 징발해 네바다 전초전투에서 백학(매현리), 장남(고랑포) 일대에서 5일간 386차례나 왕복하며, 수 톤에 달하는 포탄과 부상자를 운반한 큰 공을 세웠다. 포화 속에서 묵묵히 탄약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뜻의 ‘레클리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휴전이 되자 레클리스는 병장 계급을 부여받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전쟁영웅에 대한 미국의 예우는 이후에도 극진했다. 캘리포니아주 해병 1사단에서 하사로 진급한 레클리스는 지난 1960년 성대한 전역식까지 치르며, 은퇴했다. 미국 상이용사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 ‘퍼플하트훈장’을 비롯해 미국 대통령 표창장, 유엔 종군기장 등 수많은 훈장과 상을 수여받았고 라이프 지에서는 워싱턴, 링컨, 테레사 등과 함께 미국 영웅으로 선정됐으며, 2013년에는 미해병 캠프 내 국립박물관에 레클리스 기념관이 문을 열고 기념동상도 세워졌다.

평화를 위해 활약한 호국영웅 레클리스 군마를 재조명하기 위해 백학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레클리스의 한국이름 아침해에 착안해 ‘아침해 농부들(백학면 농산물 판매 단체)’과 ‘아침해 맞이길’을 조성해 레클리스를 관광객에게 알렸으며, ‘레클리스 공원’을 조성해 기념식을 매년 개최해 6·25 참전용사자와 노무자부대원들의 희생정신에 감사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레클리스 카페를 개업해 레클리스 홍보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리해 지난 2015년 10월에 국가보훈처로부터 ‘호국영웅정신계승마을’ 제1호로 인증 받았으며, 향후에는 경기도 따복공동체 공모사업, 명품마을만들기 사업 등을 통해 백학면의 호국의 역사를 기록·보존하고 전파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어떤 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많은 사람들은 뒤로 하고 고작 동물(馬)에게 ‘호국영웅’이라는 호칭을 하면서까지 유난을 떤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 사업에 참여하다 보면 이 사업이 오늘의 자유를 위해 장렬히 희생한 영웅마 레클리스를 포함한 호국선열의 위훈을 기리기 위해서라는 것을 누구라도 알 것이다.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 레클리스 공원을 거닐거나 레클리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또는 아침해 맞이길을 걷다보면 문득  ‘지금의 평화는 앞선 이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며, 한반도에 다시는 비극이 없도록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라’고 말(馬) 레클리스가 나에게 말(言)하는 듯하다. 그 때마다 나 자신 또한, 우리의 역사에 무관심했던 점을 반성하고 호국영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주민자치 사업에 반영하고 홍보할지 고민하게 된다. 또한,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의 중심으로서 연천의 과거 비극을 잊지 않고 미래의 희망을 어떻게 조성할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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