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 연휴 극장가 대전의 진정한 승자는 범죄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였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마동석·윤계상의 ‘범죄도시’는 지난 9일 전국 1265개 상영관에서 4783회 상영하며, 40만2961명을 앉혀 1위를 지켰다.

지난 8일 41만8036명을 모아 36만3534명을 들이는 데 그친 이병헌·김윤석·박해일·고수의 사극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른 여세를 이어갔다. 누적 관객은 220만9785명이다. ‘200만관객 돌파’와 ‘손익분기점 달성’ 등 겹경사까지 누렸다.

‘남한산성’은 이날 1149개 관에서 4828회 상영하며, 25만6462명을 모았으나 전날보다 더 큰 격차를 보이며, 2위에 머물렀다. 누적 관객은 325만4170명으로 300만관객을 넘어섰으나 웃지 못 하게 됐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500만명인데 현재로서는 버거워 보인다.

‘범죄도시’는 지난 8일 오후 차지한 예매율 1위를 10일 오전 7시30분 현재 유지하고 있다. 33.9%로 2위 ‘남한산성’(18.7%)을 압도한다. 

좌석점유율은 지난 8일 1위(61.0%)를 기록했고 9일에는 ‘청년경찰’(57.7%)에 이어 2위(53.1%)에 올랐으나 이미 상영을 마친 ‘청년경찰’이 이날 단관 상영한 것이어서 사실상 1위였다.  


 

◆ ‘범죄도시’의 눈물

‘범죄도시’는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극장가에서 ‘빅4(‘남한산성’ ‘범죄도시’ ‘킹스맨’ ‘아이 캔 스피크’)’로 꼽혔다.

그러나 사실 나문희·이제훈의 휴먼 코미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와 함께 ‘2약(弱)’으로 평가됐다.

특히 ‘아이 캔 스피크’가 지난 9월21일 개봉해 3주 차에 접어든 ‘묵은 영화’인 반면 ‘범죄도시’는 그야말로 추석 시즌을 정조준해 3일 개봉한 ‘따끈따끈한 신작’이었디. 굴욕 중에도 굴욕일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개봉한 ‘남한산성’ 앞에 ‘추석 최고 기대작’, ‘1000만 예약 영화’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것과는 180도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범죄도시’는 흥행에 있어 강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약점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가족 관객이 극장을 많이 찾게 되는 추석 연휴 기간에 흥행하는 데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한계뿐만 아니었다. 

‘마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 사랑을 받는 마동석이지만 티켓 파워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대를 휘어잡은 인기 그룹 ‘god’ 멤버 윤계상도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약한 것도 모자라 악역이라 큰 도움이 되지 못 한다. 

연출자 강윤석 감독 역시 이 영화가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어서 감독 이름값도 없다.

영화 속 폭력성은 등급 선정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도 모자라 관람 선택권을 가진 여성 관객마저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었다. 

배급사 메가박스 플러스엠은 계열 극장을 갖고 있긴 해도 배급력은 아직 약한 편이다.

이는 결국 개봉일인 지난 3일 극장들의 홀대로 나타났다.

‘범죄도시’는 상영관 수와 상영 횟수가 ‘남한산성’(1124개, 5283회)의 절반 수준(600개, 2395회)에 그쳤다. 

이는 이날 ‘남한산성‘(44만4572명)과 ‘범죄도시’(16만4412명) 간 엄청난 개봉일 성적 격차를 가져왔다. 


 

◆ ‘범죄도시’의 대반전, 어떻게?

그러나 이 영화에는 히든 카드가 있었다. 바로 ‘재미’였다.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 배우 멀티캐스팅, 스타 감독,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력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남한산성’에 유일하게 없는, 그것이었다.

일단 주인공 설정부터 흥미로웠다. 금천서 강력계 형사인 ‘마석도’를 마동석에게 맡겨 외모는 ‘조폭보다 더 조폭 같은 형사’이나 말이나 표정, 행동은 코믹하고 귀엽게 만들었다.  

‘마블리’의 반전 매력을 장착한 마석도는 윤계상이 완벽하게 표현해낸 조선족 조폭 두목 ‘장첸’이 뿜어내는 잔혹성, 영화 전반을 장악한 폭력성 등을 희석해 영화의 숨통을 틔웠다.

마석도를 비롯한 형사들이 자기들끼리 또는 조폭들과 주고받는 말과 행동은 포복절도를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