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도시2’ 만들고 싶다”

500만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마동석·윤계상의 형사 액션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제작자 김홍백 홍필름 대표는 “제작하기조차 쉽지 않았던 영화가 마침내 제작해 개봉하고 흥행까지 성공했다”며 “배우, 스태프,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등 모두 애쓴 결과지만 역시 관객들이 사랑해주셔서 이룰 수 있었다. 보답하는 길은 앞으로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인데 그중 하나가 ‘범죄도시2’라고 생각한다”고 2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 작품을 공동으로 제작했다.

사실 2탄을 만든다는 것은 부담이 매우 큰 일이다. ‘형보다 나은 아우가 없다’는 말처럼 속편은 성공한 전편을 여러 면에서 능가하지 못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히트한 영화도 속편을 선뜻 만들지 못 하는 데는 그런 부담이 있다.

김 대표는 오는 11월2일 코미디 ‘부라더’(감독 장유정)를 개봉한다. 마동석과 이동휘, 이하늬가 주연한 영화다. 

마동석의 지금 티켓 파워라면 손익분기점이 100만명에 불과한 이 영화의 성공은 그야말로 ‘떼놓은 당상’이다. ‘범죄도시’도 모자라 ‘부라더’까지 성공하면 김 대표가 현재 준비하는 액션, 로맨스 코미디는 물론 심지어 호러마저도 투자는 물론 캐스팅까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이다. 즉 부담 없이 하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유리한 상황에 펼쳐지는 데도 부담 가득한 ‘범죄도시2’를 만들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극 중에서 마동석이 열연한 ‘마석도’라는 형사 캐릭터를 소중히 여기고 그를 통한 통쾌한 형사 액션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서다.

“마석도가 영화 ‘공공의 적’의 ‘강철중’을 이어받는 형사 캐릭터로 대중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강 감독, 장 대표 등 모두의 생각이다. 마동석도 그럴 것이다”

이는 나아가 마동석을 끔찍이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기도 하다.

김 대표와 마동석은 지난 1971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로 친구 사이다.

“마동석은 그가 배우 생활하기 전인 10여년 전부터 친구로 지내왔다.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내 친구가 미국에서 살다 귀국해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던 자기 친구를 소개해줬는데 그가 마동석이다. 만나면서 그가 배우 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당시 나도 영화사에서 제작부를 할 때라 어려운 시기를 같이 보내며, 함께 꿈을 키웠다”

김 대표는경성대 연극영화과 재학 중 영화 ‘억수탕’ 제작부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화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 제작부장, ‘죽어도 좋아’(2002), ‘효자동 이발사’(2004),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등의 프로듀서를 거쳤다. 2010년 제작자로 데뷔해 첫 작품으로 스릴러 ‘심야의 FM’을 제작했다. 수애, 유지태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마동석은 수애를 짝사랑하는 주조연급인 ‘손덕태’로 나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김 대표는 ‘뜨거운 안녕’(2013), ‘살인자’(2013), ‘워킹걸’(2014), ‘범죄도시’(2017), ‘부라더’(2017) 등을 만들었다. ‘워킹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작품을 마동석과 함께했다. 

“그동안 총 6개 작품을 제작했는데 5개를 마동석과 했네요. 하하하”

김 대표의 친구이자 ‘페르소나’인 마동석. ‘범죄도시’ 대히트로 김 대표의 위상도 커졌지만 마동석은 일약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어쩌면 영원히 함께 작품을 같이 할 것이라고 믿어온 두 사람이 발전적으로 헤어져야 할 날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물론 언젠간 그런 날이 있겠지만…”이라고 긍정했다.

“마동석도 이제 전성기를 맞았다. 많이 고생해 마침내 현재 위치가 됐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마동석과 계속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 그러나, 꼭 그가 A급 배우라서만은 아니다. 마동석이 아직 그렇게 되지 못 했다 해도 난 그와 계속 작품을 함께하려 할 것이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범죄도시2’ 뿐만 아니다. 마동석과 함께 준비하는 작품이 또 있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우리는 작품을 할 때만큼은 철저히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한다. 어울려야 그를 캐스팅하고 그도 어울려야 선택한다”

김 대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친구 사이나 제작자와 배우 관계를 넘어 ‘파트너’라고 칭한다. 

“우리는 어느덧 영화를 같이 만드는 파트너가 됐다.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만드는 데 마동석의 아이디어나 감각이 큰 역할을 한다. 그가 기획한다. 연기야 당연히 잘하는 배우인데 제작 파트너로서도 훌륭하다”

그런 파트너십의 대표적인 작품이 ‘범죄도시’다. 

“’범죄도시’ 아이디어는 마동석에게 나왔다. 10여년 전부터 그런 범죄물을 하고 싶다고 내게 얘기했다. 사실 그때는 귀를 많이 기울이지 못 했는데 마동석이 또 다른 동갑내기인 강윤성 감독과 그 얘기를 구체화하는 시점에서 나한테 그러더라. ‘내가 옛날에 했던 얘기, 이제 만들어보자’고”

사실 ‘범죄도시’가 개봉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마동석을 ‘마블리’라고 부르며,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그가 상업 영화 주인공으로 처음 나서고 그것도 형사 역할이라는 것에 대해 ‘정말 될까’라고 의문을 품었다. ‘윤계상이 형사, 마동석이 건달’이라고 착각하거나 “아예 그랬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흥행에 성공하고 나니 역할을 반대로 부여해 반전효과를 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김 대표나 다른 주역들의 생각은 달랐다.

“처음부터 우리(마동석, 강 감독, 장 대표, 김 대표)는 ‘마동석이 험악하게 생겼으니 형사 역할을 하면 반전 이미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

다만, 마동석이 형사가 어울리느냐, 안 어울리느냐의 문제는 투자 단계에서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상업영화 메인 주연을 맡는다는 것 자체를 투자자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 했다. 

“너무 힘들었다. 마동석은 누구나 아는 배우지만 상업 영화 주인공으로 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투자자들은 계속 시나리오를 고쳐오라고 요구했고 나중에 윤계상이 맡게 되지만 ‘장첸’ 역할에 누구를 캐스팅할 수 있는지를 자꾸 캐물었다. 감독도 신인이니 말 다 했지”

여러 투자사에서 퇴짜를 맞았지만 네 사람은 묘한 자신감을 가졌다.

“이야기에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우리는 액션물이고 장르적인 이야기가 있으니 어느 정도 예산을 들여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 대표가 키위컴퍼니라는 투자사를 끌어오면서 마침내 제작할 수 있었다. 키위에 너무 감사하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키위에 고마움을 전했지만 키위도 김 대표 등이 고마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창립 작품으로 ‘범죄도시’를 비롯해 조진웅·송승헌의 ‘대장 김창수’, 강하늘·김무열의 ‘기억의 방’ 등 3편에 투자했는데 그중 가장 먼저 개봉한 ‘범죄도시’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범죄도시’는 순제작비 50억원 등 총제작비 70억원의 ‘미들급’ 영화다. 손익분기점은 약 200만명이다. 개봉 7일째인 지난 9일 이를 이미 넘어섰다. 

“솔직히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만 바랐다. 그래서 촬영할 때도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다. 그러려면 예산을 많이 쓰면 안 된다’ 등 이런 얘기를 입버릇처럼 했다. 예산이 모자라 못 찍은 것 있냐고. 아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했다. 물론 강 감독은 아쉬웠을지 몰라도. 그 상황에서 그 예산은 키위 아니었으면 투자하지 못 했을 것이다. 아니 안 했을 것이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의 영화 제작 환경은 어떨까. 

“흥행한 제작자들은 안정적으로 영화를 만들 환경이 되는 것 같은데 나같이 흥행을 아직 못 한 제작자들은 투자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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