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믹스나인’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던 아이돌들이 소개되고 인기를 얻었으며, 하는 바람이 크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인 JTBC ‘믹스나인’을 선보인다.  

양현석이 전국 70여개 기획사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400명의 연습생 중 남자 9명·여자 9명을 선발해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데뷔를 놓고 격돌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9일 첫 방송한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호텔에서 열린 ‘믹스나인’ 제작발표회에서 양현석은 “소위 돈 되는 시장에 사람이 몰린다. 음반 제작자지만 음악방송을 안 본지 오래됐다”며 “비슷한 아이돌들만 계속 나오다 보니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빅뱅’,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을 제작한 양현석이 이런 프로그램을 구상한 게 된 것은 아이돌 시장에 편중된 한국 가요계의 고질적인 문제점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돌로 K팝 해외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으로서 책임감이다. 

양현석은 아이돌 시장에 대한 문제점은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수많은 아이돌 중에 크게 성공하는 그룹은 한 두 팀 정도다. 

양현석은 “그런 성공 사례를 보고 인생을 거는 아이돌들이 너무 많다”며 “전국을 돌며, 각 기획사에서 어린 친구들을 만나보니 다 똑같은 고민을 하더라”고 전했다. 

“데뷔를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친구들에게 성공 확률은 5% 내외라고 해준다. 사실 요즘 트렌드가 음악방송 수십번 나오는 것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효과이다.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들은 음악방송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다른 기획사에 비해 유리하다. 작은 기획사 소속 친구들은 자기네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이런 흐름에 ‘믹스나인’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양현석은 SBS TV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의 심사위원을 6년간 맡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은 아마추어들이었다. 양현석 역시 ‘믹스나인’에서 자신의 역할과 ‘K팝스타’에서 자신의 역할의 차이점을 이 부분을 들어 설명했다. 

그는 “’K팝 스타’는 지상파였고 출연하는 친구들이 아마추어다 보니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하게 됐다”며 “평소 빅뱅을 대하듯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게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이미 프로로 데뷔했거나 프로 데뷔를 앞둔 연습생이 출연하는 이번 프로그램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을지언정 마음은 편했다고 웃었다. 

“내 본연의 모습을 더 보였다. 참여한 친구들이 연습생 생활을 오래 했거나 데뷔를 이미 한 이들이었다. 그래서 방송인의 접근이 아닌 이들을 제작한 제작자의 친구나 동업자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신랄하고 치밀하게 평가했다. 직접 다닌 기획사가 60개, 합쳐서 한꺼번에 본 기획사가 10개인데 90% 이상이 눈물을 흘렸다. 기획자, 대표들도 오열을 할 정도였다.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단점을 신랄하게 꼬집을 때도 있었는데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양현석은 ‘믹스나인’을 통해 개인적인 보람도 느꼈다고 했다. 이른바 YG와 함께 3대 기획사로 통하는 SM, JYP도 찾아가본 적이 없다는 그는 이번에 ‘믹스나인’에 참여한 제작자 중 안면이 있던 대표가 2, 3명에 불과했다고 했다. 

“대부분 처음 뵙는 분들이었다. ‘믹스나인’을 진행하면서 20년 전 YG 초기 시절로 되돌아가게 되더라.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악한 기획사의 환경에서 절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제작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믹스나인’을 통해 YG가 더 잘 되지 않을까 한다”

한편에서는 여러 기획사 연습생들이 자신들의 대표보다 양현석에게 더 의지하거나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남의 집에 가서 밥상을 차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보낸다. 

양현석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기획사 대표들을 만나면서 그러한 의심과 편견이 사라졌다고 했다. 

“내가 다른 기획사에 가서 연습생들을 평가하는 모습 자체가 ‘불편함을 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자신에게도 조심스러웠다. 나 역시 좋은 시절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뉴스에는 기획사의 안 좋은 모습만 부각된다. 하지만 기획사 대표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착하다. 연습생들을 자식처럼 키운다. 그러니까 내가 가도 남의 식구로 생각하지 않더라. 단점을 꼽아달라고 해서 지적하면 공감하고 연습생보다 기획자가 더 울더라. 이른바 3대 기획사와 다른 기획사들이 거리감이 있었을 텐데 이 프로그램으로 거리감이 가까워질 거 같다. 나중에 프로그램이 끝나면 60여개 기획사 대표분들과 다시 만나보고 싶다”

기획사 대표 중에는 YG 대표 작곡가였던 용감한형제와 프랜차이즈 가수였던 세븐도 있다. 양현석은 두 사람과 자신의 사이가 안 좋다는 세간에 루머는 웃으며, 부인했다. 

“아무래도 YG와 함께하지 않게 되면서 생긴 소문들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식 같은 사람들이다. 물론 ‘믹스나인’을 통해 만났을 때, 어색함은 있었다. 헤어진 여자 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할까. 하지만 곧 장난도 치고 예전처럼 이야기를 했다”

‘믹스나인’이 비슷한 콘셉트의 KBS 2TV ‘더 유닛’, 양현석과도 절친한 사이로 ‘믹스나인’에도 심사위원으로 깜짝 출연하는 박진영이 이끄는 JYP의 신인그룹을 뽑는 엠넷의 ‘스트레이 키즈’ 등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점은 무엇일까. 

양현석은 “YG 프로듀싱을 하면서 10년 전부터 SM이나 JYP 가수에 YG 색깔을 입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믹스나인’을 통해 다른 소속사 아이돌에 YG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 자체가 차별화 지점”이라고 소개했다.  

엠넷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101’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쓴 엠넷 출신 한동철 PD가 YG로 이적해 처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도 관심을 끈다. 

한동철 PD는 “빤한 프로그램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한류를 만드는 아이돌을 꿈꾸는 젊은 친구들을 발굴하고 이 친구들이 그만큼 치열하게 살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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