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우리나라에서도 마시는 법을 잘 모르는데 외국 여행 중에 와인을?”

홍콩의 가을 한복판에 열리는 ‘와인 앤 다인(Wine & Dine) 페스티벌’ 현장. 이 곳은 와인을 전혀 모르는 여행객들도 그저 빈 잔 하나만 내밀면 세계 각국의 와인을 한 잔, 두 잔 걸치면서 즐길 수 있는 흥겨운 파티장 그 자체였다.
 

올해 ‘와인 앤 다인’이 시작되는 지난 26일 오후 기자는 축제장소인 홍콩의 선착장 센트럴 하버프론트를 찾았다. 29일까지 나흘간 열린 행사로 올해 아홉 번째를 맞았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가 세계 10대 미식축제로 선정하기도 한 행사인데다 다채롭고 이국적인 음식을 자랑하는 홍콩에서 깊은 풍미를 지닌 다양한 와인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유명하다. 홍콩은 현지에서 와인을 살 때 세금을 안 매기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와인 천국인 셈이다.
 

숙소가 있는 카오룽반도에서 센트럴 하버프론트가 있는 홍콩섬으로 버스를 타고 넘어간 시간은 오후 6시30분께 퇴근길 차량들이 몰려 막힌 길을 뚫고 어렵게 도착했다.
 

고층빌딩숲과 함께 해변의 마천루 한복판에 서있는 커다란 대관람차를 주변으로 늘어서 있는 천막들이 바로 세계 곳곳의 와인들이 들어서있는 부스다.
 

막상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보니 와인뿐만 아니라, 위스키, 사케 등 다양한 주류를 비롯해 와인과 곁들일 수 있는 각종 음식과 와인잔까지 와인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분위기다. 올해엔 약 400개의 부스가 차려졌다는 게 홍콩관광청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와인을 맛보려면 스마트카드에 ‘와인 토큰’을 충전해야 한다. 1토큰당 20홍콩달러에 충전할 수 있고 와인의 품질과 종류별로 1잔을 마시기 위해 필요한 토큰의 수는 각각 다르다.
 

100홍콩달러에 살 수 있는 ‘클래식 와인 패스 라이트’를 구입하면 5개의 토큰과 함께 플라스틱 와인잔을 받게 되고 200홍콩달러짜리 ‘클래식 와인 패스’를 구입하면 8개의 토큰과 함께 고급 와인잔을 받는다.
 

이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은 와인 전문가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와인에 대해 깊이 알고 평가하거나 할 필요 없이 그저 토큰이 들어있는 카드를 내밀면서 ‘이거 한 잔 주세요’라고 말을 건네면 충분하다. 눈치 볼 필요 없이 그저 와인맛과 취기를 즐기면 그뿐이다.
 

홍콩에서 와인축제만 열리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일정으로 카오룽 침사추이 마르코폴로홍콩호텔에서는 저녁마다 ‘마르코 폴로 저먼 비어페스트(Marco Polo German Bierfest) 2017’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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