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개념돌’이 주목 받고 있다. ‘개념’과 ‘아이돌’을 합성한 인터넷 신조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인식을 갖고 있는 아이돌들을 가리킨다. 

최근 대표적인 개념돌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이다. 특히 리더인 랩몬스터가 눈길을 끈다. 

최근 유럽 여행을 한 랩몬스터의 현지 사진이 방탄소년단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는데 그가 메고 있는 백팩이 유명 상업 브랜드가 아닌 사회적 기업 M 모 브랜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해당 브랜드는 버려지는 자동차 가죽시트와 에어백, 안전벨트 등을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의 제품으로 만드는 회사다. 새터민 우선 채용 등의 정책도 펼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온라인상에서는 “명품으로 자신을 과시하기보다, 사회적 기업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런 랩몬스터의 ‘착한 소비’에 힙 입어 해당 제품은 현재 품절됐다. 예약 주문 역시 밀려들어오고 있다. 

랩몬스터가 속한 방탄소년단은 평소에도 10대들의 대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학원 폭력’ ‘입시’ ‘등골브레이커’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에 호소력을 갖춘 노래를 들려줬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에서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프로듀서 방시혁이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당당히 지켜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방탄소년단은 이와 함께 세월호 참사 인식과 관련에 대해서도 주목 받았다. 이들의 대표곡 ‘봄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노란색 리본, 약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노랫말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노래로 해석됐다. 

랩몬스터는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저희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1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멤버 슈가는 과거에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노래 ‘518-062’를 작곡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이런 행보는 해당 이슈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갖고 있더라도 웬만하면 정치적, 사회적 이슈와 거리를 뒀던 기존 아이돌 행보와는 달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기를 자랑하는 방탄소년단은 과거 ‘뮤직뱅크 인(in) 싱가포르’ 공연 차 찾은 싱가포르에서 다른 나라 문화권의 팬을 존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나라 팬들과는 악수와 포옹을 했지만 히잡을 쓴 여성들과는 웃으며, 함께 사진만 촬영했다. 종교와 문화적인 이유로 다른 남성과는 신체 접촉 자체가 불가능한 무슬림권 문화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는 또한, 최근에는 유니세프와 협약을 맺고 글로벌 아동 및 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 ‘#ENDviolence’를 벌이기로 했다. 

‘러브 마이셀프’ 펀드를 구축,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5억원을 우선 기부한다. 또한, 향후 2년간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앨범 음반 판매 순익의 3%, 캠페인 공식 굿즈 판매 순익 전액, 일반인 후원금 등으로 기금을 마련해 캠페인을 지원할 계획이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도드라지지만 이미 개념돌로 인정받는 이들도 상당수다. 대표적인 아이돌은 그룹 ‘2PM’ 멤버 옥택연이다. 입대를 위해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 건 물론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기 위해 허리 디스크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다. 

이와 함께 엑소, 하이라이트 같은 인기 아이돌 그룹 역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돕는 팔찌를 차고 무대에 오르는 등 ‘개념돌’로 인정 받고 있다. 

‘개념돌’들로 인해 팬덤 문화 역시 진화하는 중이다. 앞선 랩몬스터의 사례처럼 사회적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는 건 물론 자신들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이름으로 봉상활동, 기부, 숲 조성 등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개념돌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부족한 건 물론 접할 기회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한 걸그룹 멤버들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특히 역사인식의 부재에 대한 지적도 크다. 

인터넷 용어를 아무 생각 없이 가져다 쓰는 사례도 문제가 된다. 가수 전효성은 극우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민주화시키다’를 라디오에서 사용했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전효성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기억하는 등 개념돌로 거듭났다. 

한편, 이러한 일들에 대해 중견 아이돌 가요 기획사의 관계자는 “아이돌의 사회적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노래 작업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 분야에서 항상 의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부 아이돌이 사회에 만연한 ‘여혐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력해나가고 있다는 자체가 아이돌 문화가 성숙해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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