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막바지로 치닫고 올해도 마지막 달을 향해 간다. 연말이 되면 속이 헛헛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따뜻한 로맨스 영화로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당신을 달래줄 사랑 영화들이 개봉 중이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한때 우리는 울리고 웃겼던 멜로 영화도 다시 찾아온다. 그렇게 차려진 작품만 10여 편이다.  

◆ 문학과 미술 사이의 사랑 

지난 9일 개봉한 ‘러브 앤 아트’(감독 프레드 쉐피시)는 멜로에 어울리는 배우 클라이브 오언과 쥘리에트 비노슈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두 배우는 천재 시인이었지만 이제는 교직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 교사와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오던 화가였지만 병 때문에 그림 그리기가 어려워진 미술 교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두 주인공 ‘마커스’(클라이브 오언)과 ‘다나 델산토’(쥘리 비노슈)의 대화다. 한 사람은 문학, 다른 한 사람은 그림이 더 위대한 예술이라고 주주장한다. 시종일관 투닥대던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는 던 당연하다.

◆ 영상이 아름다워야 진짜 멜로

칸국제영화제가 사랑하는 일본 감독을 꼽으라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함께 가와세 나오미일 것이다. 그의 신작 또한, 올해 칸에 다녀왔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빛나는’은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영화 음성 해설을 쓰는 작가가의 이야기다. 사사건건 부딪히던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게 되는 멜로물이다. 이야기는 평범할지 모르나 가와세 나오미 특유의 영상미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 할리우드 청춘 스타의 로맨스… ‘뉴니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청춘 스타 니콜라스 홀트가 주연한 로맨스 영화도 상영 중다. 지난 9일 개봉하는 ‘뉴니스’(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는 데이팅 어플을 통해 가볍고 자극적인 만남을 반복하던 ‘마틴’(니콜라스 홀트)이 ‘가비’(라이아 코스타)를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스토리는 익숙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사랑이 깊어지는 과정을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는 연출 방식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평가다. 배우들의 열연과 그들의 연기를 뒷받침하는 아름다운 음악도 이 작품의 장점 중 하나다. 

◆ 늦가을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

늦가을과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음악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조합인지 알려주는 작품이 바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감독 마크 로런스)이다. 지난 2007년 개봉해 106만명을 불러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이다. 개봉하지 10년이 지났지만 로맨스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수없이 회자된 작품이다.

한물 간 팝스타 알렉스(휴 그랜트)는 이제 놀이동산에서 노래 부르는 신세다. 우연히 잘나가는 가수와 협업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누구보다 그가 잘 알기에 불안하기 만하다. 그때 작사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피(드류 베리모어)를 알게 된다. 휴 그랜트와 드류 배리모어는 당대 최고 배우였다. 이들의 전성기를 되새겨 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 또 보고싶었던 한국 멜로

여전히 관객의 가슴 속에 남아 수없이 회자되는 한국 로맨스 영화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열려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 2일부터 2주간 한국 로맨스 영화 기획전 ‘YOU’R Romance’를 진행 중이다. 이번 행사는 6편의 우리나라 로맨스 영화를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상영한다.

첫 번째 테마인 ‘그 시절, 당신의 사랑은 어땠나요?’에서는 이병헌·이은주 주연 ‘번지점프를 하다’(2001), 손예진과 조승우의 열연이 돋보인 ‘클래식’(2003), 정우성·손예진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 주제인 ‘요즘 당신의 사랑은 어떤가요?’에서는 수지에게 ‘국민 첫사랑’ 수식어를 안긴 ‘건축학개론’(2012)을, 황정민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 ‘남자가 사랑할 때’(2014),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변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뷰티 인사이드’(2015)가 상영된다. 

◆ 계산 없이 사랑하세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밝고 경쾌한 로맨스물이라면 ‘이프 온리’(감독 길 정거)는 정통 멜로물에 가깝다. 연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가 사고로 죽는 광경을 목격한 이언(폴 니콜스)은 다음 날 아침 사만다가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는 걸 보고 놀란다. 신이 자신과 사만다를 위해 하루를 더 줬다는 걸 알게 된 이언은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 사만다를 사랑하기로 한다.

“계산 없이 사랑하라”,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 인 것처럼 사랑하라”는 명대사를 남긴 작품이다. 연인이 있는 관객이라면 상대를 더 사랑하게 되고 연인이 없는 관객은 연애 세포가 자극될 만한 작품이다. 최근에는 자주 볼 수 없는 배우들인 제니퍼 러브 휴잇과 폴 니콜스의 필모그래피 최고작이기도 하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 스릴러 장인의 사랑은

80대 노인으로 태어나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젊어지는 남자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바로 그 이야기다. 작가 스콧 F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판타지가 만들어낸 부조리에 초점을 맞춘 원작을 로맨스물로 각색했다. 지난 2009년대 개봉 당시 ‘스릴러 장인’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로맨스물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최고 배우인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작품이다. 특히 개봉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피트가 80대 노인 분장을 시작으로 20대 초반 청년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놀랍기만 하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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