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도에 살고 있는 박모(33)씨는 최근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달 지방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5만원 어치 주유를 했는데 이달 초 카드내역을 확인하니 총 12만원이 결제돼있던 것.

일반 주유소보다 싸다는 셀프주유소를 이용했기에 더욱 의아했다. 박씨는 지방에 있는 주유소까지 찾아갈 수가 없어 전화로 연락, 처리를 요청했지만 직접 오지 않는 한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2.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네티즌 아이디 y*****는 지난 8월 경기도에 있는 신도시 셀프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해당 주유소는 15만원 결제 후 기름을 다 넣으면 15만원이 취소되고 넣은 만큼만 다시 결제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는 6만5000원 어치를 주유 후 집을 향했다. 하지만 15만원 선결제에 대한 승인취소 문자는 오지 않았고 6만5000원 결제승인 문자도 오지 않았다. 전에도 같은 일을 겪어 카드사에 전화해보니 15만원 결제승인 이후 아무 결제도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유소에서는 '승인 취소가 되지 않았다'고 확인은 해주면서도 '다시 오면 처리해주겠다'고만 대답했다.

전국 셀프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실제 주유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이 결제되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 정유사의 브랜드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는 일부 업자들은 이같은 오류를 묵인하며 수천만원 상당의 부당수입을 챙기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부분 업자가 하나의 주유소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어서 부당수입의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서 기름값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남구 대연동 소재 A주유소 운영업자의 경우 매월 결제 오류, 기기 이상 등의 이유로 이중결제된 대금 5000만원 상당을 부당수입으로 취득하고 있다.

A주유소 운영업자의 이같은 행위는 2012년 중반께부터 지속돼왔다. 

◇결제오류 나몰라라…부당수입으로 처리

셀프주유소 결제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일정금액 선결제→주유량 금액 결제→선결제 취소' 방식이고 두 번째는 '선결제→선결제 취소→주유량 금액 결제' 방식이다.

A주유소의 경우 첫 번째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객이 주유기에서 기름을 넣을 때 15만원이 선결제되고 주유량만큼의 금액이 결제된 뒤에 선결제된 15만원이 취소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잔액부족 또는 한도초과로 인해 선결제된 금액이 취소되지 않는 등의 오류가 발생해도 일부 업자는 이를 돌려주지 않고 부당수입으로 처리하는 실정이다.

해당 주유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B씨는 "업자들은 결제 시스템이나 카드 입금 내역을 통해 이중 결제나 결제취소 오류 등을 판가름 할 수 있는데도 고객이 먼저 찾아오지 않는 한 그냥 수익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문제는 셀프주유소 업자의 태도다. 결제오류를 확인하고 직접 재방문한 운전자에게는 '오류 문제'를 핑계로 본래 결제한 금액에 맞춰 재결제해준다. 반면 결제오류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고객들에게는 오류 사실을 결코 미리 알리지 않는다. 과다 결제된 금액이 고스란히 업자의 부당수입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소비자는 단지 '되찾으러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전적 손해를 떠안게 된다.

◇"소비자 대부분이 과다결제 됐는지도 몰라"

결제오류가 있었더라도 이를 모르고 지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법인이 아닌 일반 직장인이나 가정주부 등 운전자들은 주유비 결제와 관련된 카드 청구서 확인이나 차계부 정리 등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B씨는 "대부분의 고객이 영수증을 챙겨가지 않기 때문에 카드명세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한 절대 되찾을 수 없는 돈이 된다"며 "선결제의 경우 결제 승인 문자메시지나 취소 메시지도 전송되지 않아 고객들이 이러한 오류 자체에 대해 알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A주유소의 하루 평균 매출은 1000건 이상이다. 정산 내역을 살펴보면 하루 총 매출과 실제 수입 간 차이만 수백만원 상당이다. 2012년 초기에 400만원 수준이던 차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 최근에는 1000여만원 수준에 달했다.

B씨는 "전체 고객 70~80%의 결제오류 건수는 주유소 부당수입으로 처리돼왔다. 오류 처리를 위해 재방문하는 사람은 법인사업자와 꼼꼼한 개인 일부 뿐"이라며 "주유소 입장에선 처리도 귀찮고 굳이 돌려줄 필요도 없는 '공돈'이다보니 고객이 와서 따지지 않는 한 나서지 않는다"고 전했다.

부당수입 처리가 A주유소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A주유소 운영업자가 보유한 주유소 22곳에서 상시로 이뤄진다 것이 B씨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또 다른 대형 브랜드 이름을 걸고 개인이 운영하는 셀프주유소에서도 이같은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에 있는 주유소 1만2058곳 중 셀프주유소는 2207곳에 달한다.

B씨는 "A주유소 업자만해도 운영 중인 주유소 22곳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부당수입을 챙겨왔는데, 다른 셀프주유소는 이런 부당수입을 챙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업자들이 그런 사실을 묵인하고 부당수입으로 잡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정유사나 협회 차원의 관리와는 상관 없는 부분이라 제재를 가하긴 어렵다. 각 주유소마다 사용하는 결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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