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선화랑(원혜경 대표)은 오는 23일부터 전명자 화백(65)의 50년 화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개인전을 연다.

‘그림 속의 가족여행’을 주제로 회화와 오브제 작품 30여 점을 전시장 1, 2층에 나눠 선보인다.
 

전화백은 초기 풍경, 인물, 정물 등 대상에 충실한 작업으로 구상 회화에 국한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1995년 프랑스에서 거주하면서부터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초현실적 유토피아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수년간 작가가 지속해온 작품 주제는 ‘오로라를 넘어서(Over the Aurora)’와 ‘자연의 조화(Homonie Naturelle)’이다.
 

오로라를 넘어서는 아이슬란드에서 작가가 오로라를 직접 체험해 느꼈던 황홀경을 화폭에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한결같이 세상을 온통 메우며, 번져나가는 오로라의 푸른색에 집중해 왔으며, 이 신비로운 빛을 화면에 가득 채워 넣었다. 
 

작품속 화면은 마치 신비로운 깊은 심연의 바다 또는 드넓은 우주의 은하수를 연상케 한다. 또한, 그 속에 행복했던 삶의 흔적을 그린다. 작품은 뜰 앞의 마을과 분수와 놀이터, 오래된 고목, 숲을 거니는 기수들 그 속의 사람들이 온 세상이 푸르게 빛나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환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오로라는 자연이 연출하는 최고의 쇼였어요. 천국과 극락을 보여주는 빛 같았어요. 그 푸른 빛과 마주하면서 나 자신이 완벽하게 녹아내리는 것 같은 강열한 느낌을 받았지요. 이번 달에도 오로라를 보러 노르웨이로 떠나요. 지구상에서 펼쳐지는 신비롭고 황홀한 오로라를 보면서 저 너머에 무한한 우주가 있고 그 속에 있는 수많은 은하계 어딘가에 지구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우리 인간을 닮은 생명체가 있으리라 상상했어요”(전명자 화백 ‘작업노트’)
 

자연의 조화(Harmonie Naturelle)’ 시리즈는 꽃과 나무, 하늘과 어우러진 정원과 공원에서 화목한 가족, 사랑스러운 연인들,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합주, 피아노와 하프를 연주하는 여인, 아이들이 타고 있는 회전목마 등 행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일상의 소재들을 아기자기하면서도 조화로운 모습으로 담아낸 작품은 관람자에게 삶 속의 여유와 감동, 시적인 영감을 선사하고 있다. 



 

김복영 미술평론가는 “전 화백의 화업 반 세기는 이들의 명제가 시사하는 것처럼, 지상을 넘어, 아니 인간의 온갖 비극을 넘어 평화와 행복이 넘치는 유토피아를 그리는 데 있었다. 비극을 앞에 하고 절규하는 북구(北歐)적 감성의 회화가 아니라 이를 희망으로 녹여 평범과 일상 속에서 그려보이려는 데서 그만의 독자의 세계를 열었다”며 “전명자의 근작전 작품들은 축복의 파노라마를 빌려보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전시 서문에 썼다. 
 

이번 전시는 특히 작가가 느끼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하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작품 구성에서도 여느 때와 달리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행복하고 다정한 가족과 이웃들의 모습이 강조 돼있다. 
 

더불어 빛과 색채의 향연이라고 평가받는 이번 발표작들은 유럽 활동에서 체화된 색채감, 우리 고유의 색감, 북극의 오로라 등 작가에게 영향을 주어온 수많은 색채적 경험들이 오묘한 색감과 더 채도 높은 강렬한 색채로 표현돼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인다. 
 

선화랑 원혜경 대표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금일미술관 관장 가오평, 평론가 빠뜨리스, 작가 알랭 본네프와, 이성자 등 국 내외 미술 관계자로부터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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