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장준환(47) 감독은 새 작품 ‘1987’을 “결국에는 온 국민이 거리로 나와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1987’은 지난 1987년 1월부터 6월까지 군부정권 당시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다. 1월14일 서울대학생 박종철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을 당해 사망하고 이 사건이 대중에 알려지면서 온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온 6월10일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해낸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전환점을 만들어낸 사건으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1987’이 처음이다.
 

장 감독은 “우리나라가 점점 성숙해가면서도 가끔은 휘청대기도 하는, 지금 이 시기에 돌아봐야만 하는 사건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난 1987년을 뒤돌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영화는 고(故) 박종철 열사 사망을 시작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경찰에 맞서 사건의 실체를 보려는 검사,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확인하려는 기자, 사건의 진상을 알고 도우려는 교도관과 대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1987’은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라는 장 감독의 말처럼 주인공이 따로 없는 작품이다. 김윤석이 연기한 대공수사처장 ‘박 처장’으로 대표되는 거대 권력에 검사·기자·교도관·대학생 등이 대표하는 국민이 맞서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배우 김윤석은 이와 관련, “마치 쇼트트랙에서 계주 경기를 하듯 한 팀이 서로 돌아가며, 이어달리고 링크를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응원하는 듯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의미에 감동한 배우 김윤석·하정우·이희준·유해진·김태리·박희순 등 주연 배우들과 함께, 여진구·설경구·김의성·조우진 등이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하정우는 “아픈 사건을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고 김윤석은 “이런 영화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시나리오가 좋은 것뿐만 아니라 가까운 과거에 벌어진 아픈 역사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고 말했다.
 

이희준은 “지난 1987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부한 뒤 무조건 출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고 박 열사의 고등학교 2년 후배이기도 하다.
 

그는 “박 열사 후배이기 때문에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지난해 촛불 집회에 나오셨던 국민의 마음과 비슷한 마음으로 이번 작품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이 영화가 제작에 들어갈 때만 해도 정권이 바뀌기 전이었고 이 영화가 개봉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항상 궁금했다”며 “추운 겨울을 사람의 힘으로 따뜻하게 만들어줄 작품이 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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