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란 본질적으로 사각의 캔버스 위에 칠해져 존재하는 피그먼트(pigment)들의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캔버스 위에 존재하는 피그먼트들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조이경 작가는 사람들의 불변하는 취향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이미지를 발견한다.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미의 기준을 가진 다양한 이미지들을 촬영한 다음 이를 다시 조합한다.
 

사진 촬영을 통해 선택한 이미지들이 작품 안에서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데, 인과관계 없는 이미지들의 조합에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겨있다.
 

“회화가 아닌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회화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작업은 캔버스 위에 재현된 이미지라는 일반적인 회화의 개념에서 벗어난다. 회화의 장르적 개념과 매체적 특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갔다. 

시각적으로 회화의 물질성을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회화 표면의 물질 그 자체에 대한 접근방식에는 우리 사회의 관념주의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우리 삶은 물질과 분리될 수 없어요. 그런데도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정신’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겠다는 행위가 일종의 ‘지적 허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관념에 사로잡혀 눈앞에 있는 것들도 놓치게 되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며, 작가는 모순을 느꼈다. 
 

그래서 물질적 특징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작업 방식을 찾게 됐다. 
 

그렇게 시도한 작업 방식은 이미지 영사 방식이었다. 같은 이미지가 외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피그먼트가 뿌려진 표면 위에 이미지를 투영시켜 두 개의 다른 매체를 조합했다. 우연한 효과로 조합된 이미지들은 다시 사진으로 기록됐다.
 

재료의 변화가 없음에도 외부 환경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통해 회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그만의 답을 표현한 것이다.
 

물질성에 기반을 둔 이미지의 맥락 형성 과정과 물질의 특성에 대한 작업은 현재 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한남동 필 갤러리에서 진행됐던 개인전에서는 영사 작업이 아닌 그리는 행위를 통해 물질성이 돋보이게 하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작가는 늘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야 한다’는 조이경 작가는 “앞으로도 다양한 회화 재료들을 직접 작업에서 보여주며, 회화의 본질적 개념을 탐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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