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요계는 두 소년으로 들썩였다. 글로벌 메인 스트림에 K팝의 저력을 확인한 ‘방탄소년단’이 있었다면 홍대 앞 인디 신에는 K팝 스펙트럼을 넓힌 밴드 ‘새소년’이 장악했다. 


보컬뿐만 아니라, 기타와 작곡·작사를 도맡는 프런트맨 황소윤(21), 강력한 에너지의 드러머 강토(25), 탄탄한 기본기의 베이시스트 문팬시(23)가 빚어내는 음악에는 지난 1980년대 가요계의 시(詩)적인 서정성과 21세기의 혁신성 그리고 블루지한 감수성이 동시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지난 1997년생 황소윤이 독립서점에서 우연히 본 1970~80년대 인기 잡지 ‘새소년’에서 이름을 따온 이 팀은 2016년 밝고 몽롱하며, 밀도가 높은 ‘긴꿈’으로 팬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발매한 첫 EP이자 청량하고 꽉 찬 구성의 ‘여름깃’으로 가능성을 확실시 했다. 올해 발매 여부도 확정이 안 된 이들의 새 앨범을 벌써 ‘올해의 앨범’으로 꼽는 이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새해 초 연남동에서 만난 강토는 “지난해를 돌이켜 함께 공연한 사람들, 우리가 선 무대를 생각해보니 놀랍고 신기한 일들이 많았다”고 웃었다. 


또래의 지난 1990년대생 K팝 아이돌들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다. 이들의 음악적 자양분은 무엇일까. 


갓 스무살을 넘긴 황소윤은 “아이돌 음악을 비롯해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듣는다”며 “옛날 한국 음악도 많이 들어왔다”고 웃었다. 


아울러 “1980~90년대 음악을 많이 들어왔는데 제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음악들이지만 특유의 감수성이 있다. 시적이고 노랫말 역시 아름답다. 최근 많이 들은 음악은 롤러코스터와 빛과 소금”이라고 말했다. 


새소년 세 멤버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웠다. 아버지가 스트레스를 풀라며 사준 기타를 중학교 때 접한 문팬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음악을 본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황소윤은 초등학교 때 일렉 기타에 빠진 뒤 블루스 장르의 매력을 알게 됐고 ‘음악하는 사람’이 됐다. 어릴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국악의 장단을 몸에 익힌 강토는 길거리를 지나다 멋있는 드럼 소리에 빠져 드럼채를 잡게 됐다. 


이런 개성 강한 멤버들이 ‘밴드가 죽었다’는 선언이 곳곳에서 들리는 상황에서 함께 음악을 만든다는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 


어릴 때부터 혼자 음악 작업을 해온 황소윤은 “혼자서 하면 한길로 갈 수 있지만 멤버들과 함께 하면 여러 방향으로 나가는 동시에 다채로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편곡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나누고 많은 걸 시도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여져 마찰이 잦지 않다”고 밝혔다. 


문팬시는 “맡은 파트에 충실하자는 우선 목표가 있다. 무엇보다 세 멤버가 동의하는 건 ‘좋은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본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의 기준은 무엇일까. 황소윤은 “사실 예술분야의 모든 작업물의 ‘좋다’는 기준은 본인”이라며 “스스로가 만족해야 다른 사람들도 만족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 역시 ‘우리에게 좋게 들리느냐’다. 좋은 음악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데뷔 하자마자 받는 주목에 대해서는 부담감이 없을까. 황소윤은 “싱글 ‘긴꿈’에 대한 반응이 예상치 못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EP ‘여름깃’을 발매한 뒤 우려가 없어졌다. 앞으로도 우리가 해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새소년의 결정적인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황소윤의 목소리다.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듣는 이들 중 상당수는 당황한다. 성별을 쉽게 구별할 수 없는 그녀의 ‘늑대 소리 같은’ 보컬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된 반응은 있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들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목소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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