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쓰리 빌보드’(원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가 제75회 골든 글로브를 휩쓸었다. 작품상(드라마 부문)·여우주연상(드라마 부문)·남우조연상·각본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골든 글로브’는 오스카의 향방을 알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오는 3월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상인 작품상은 골든 글로브 최다 수상에 빛나는 ‘쓰리 빌보드’ 차지가 되는 걸까.


개리 올드먼(Gary Oldman, 60)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평가받지만 상복은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그가 후보에 오른 건 지난 2012년 남우주연상 딱 한 번 뿐이며(‘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수상에도 실패했다. 심지어 골든 글로브에서 후보에 오른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감독 조 라이트)에서 영국 수상 ‘윈스터 처칠’을 맡아 열연한 그는 올해 당당히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드라마 부문)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환갑이 된 올드먼은 드디어 오스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걸까.


시기를 지난 2010년대(2010~2017)로 한정하면 아마 이렇게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쓰리 빌보드’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확률은 약 50%, 올드먼이 오스카를 들어올릴 가능성은 90%에 육박한다. 또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드라마 부문)의 주인공 프랜시스 맥도먼드(Frances McDormand·61)의 수상 확률도 9할이 넘는다.


골든 글로브는 아카데미와 달리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드라마 부문과 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구분한다. 그 외 감독상·조연상·각본상 등은 모두 공통이다. 


상대적으로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들이 드라마 부문에 속한다면 밝고 경쾌하며 코믹하고 음악이 중요한 작품은 뮤지컬·코미디 부문에 속한다. 아카데미는 드라마 부문 작품들에 더 관대하다. 


지난 2010년대 8년 동안 뮤지컬·코미디 부문에 속하는 작품에 단 두 차례만 작품상을 허락했다(2012년 ‘아티스트’, 2015년 ‘버드맨’). ‘쓰리 빌보드’는 드라마 부문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받은 ‘레이디 버드’보다 아카데미에서 경쟁력이 높다. 실제로 현지 언론은 ‘쓰리 빌보드’가 ‘레이디 버드’보다 더 나은 영화라고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아카데미가 그동안 작품상에서만큼은 예측이 어려운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대에 아카데미가 골든 글로브 작품상 수상작에 오스카를 안긴 건 ▲2017년 ‘문라이트’ ▲2014년 ‘노예12년’ ▲2013년 ‘아르고’ ▲2012년 ‘아티스트’ 네 차례다. 


나머지 네 번의 시상식에서는 예상치 못한 작품이 오스카를 손에 넣었다. 지난 2016년 수상작 ‘스포트라이트’는 ‘매드 맥스’ ‘빅쇼트’ ‘레버넌트’ ‘스파이 브릿지’ ‘마션’ 등 너무나도 강력한 경쟁작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2015년의 ‘버드맨’은 강력한 후보이긴 했지만 ‘보이후
드’를 뛰어넘는 영화로는 안 보였다. 2011년의 ‘킹스 스피치’는 ‘소셜네트워크’ ‘블랙 스완’ ‘인셉션’ ‘토이스토리3’에 한참 못미치는 작품이었고2010년의 ‘허트 로커’가 ‘아바타’를 넘어설 줄은 아무도 몰랐다.


‘쓰리 빌보드’는 아카데미의 이런 예측 불가능성과 싸우는 것은 물론 묵직한 경쟁작들 또한, 이겨내야 한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덩케르크’,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등이다. 


다만, ‘쓰리 빌보드’의 골든 글로브 수상 자체가 이변으로 불린다는 점,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레이디 버드’보다는 분명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오스카 수상 여부를 지난 2010년대 확률이 그러했던 것처럼 ‘반반’ 정도로는 볼 수 있게 한다.


‘쓰리 빌보드’가 작품상을 받을 거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개리 올드먼이 남우주연상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는 건 지난 8년의 사례를 볼 때 자연스럽다.


지난 2010~2017년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아카데미에서 오스카를 품에 안는 데 실패한 배우는 없다. ▲2010년 제프 브리지스 ▲2011년 콜린 퍼스 ▲2012년 장 뒤자르댕 ▲2013년 대니얼 데이 루이스 ▲2014년 매슈 매코너헤이 ▲2015년 에디 레드메인 ▲2016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2017년 케이시 애플렉.


남우주연상에서도 아카데미는 드라마 부문 수상자를 선호한다.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아카데미에서도 같은 상을 받은 배우는 지난 8년 동안 장 뒤자르댕이 유일하다. 


여기에 더해 올드먼이 지금껏 단 한 번도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은 그가 할리우드에 기여한 공과 그동안의 성과를 고려할 때 경쟁자인 제임스 프랭코(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를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올드먼 또한, 전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배우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건 부담스럽다. ‘팬텀 스레드’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세 차례 받은 유일무이한 배우다. ‘더 포스트’의 톰 행크스는 남우주연상만 두 번, ‘이너 시티’의 덴절 워싱턴은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을 각각 한 번씩 받았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수상 확률도 올드먼 못지 않게 높다.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의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달랐던 건 지난 2010년 이후 단 한 번도 없다. ▲2010년 샌드라 불록 ▲2011년 내털리 포트먼 ▲2012년 메릴 스트리프 ▲13년 제니퍼 로런스 ▲2014년 케이트 블란쳇 ▲2015년 줄리언 무어 ▲2016년 브리 라슨 ▲2017년 에마 스톤. 이중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오스카의 주인이 나온 건 제니퍼 로런스와 에마 스톤 두 차례 뿐이다(두 배우는 당시 골든 글로브 이전부터 가장 강력한 오스카 후보로 꼽혔다). 게다가 맥도먼드의 무게감은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시얼샤 로넌(1994년생)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배우상에 있어서 만큼은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가 마음이 잘 맞는 걸로 보인다. 남우조연상은 지난 2010년 이후 2016년(마크 라이런스)과 2017년(마허샬라 알리)을 제외하면 수상자가 같았다. 여우조연상 또한, 같은 기간 2014년(루피타 뇽오)과 2016년(알리시아 비칸데르)을 제외하고 같은 배우에게 모든 영광이 돌아갔다.


반면, 감독상은 작품상보다 더 예측이 어려운 부문이다. 지난 2010년 이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의 마음이 통했던 건 2014년 알폰소 쿠아론(‘그래비티’) 2016년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2017년 데이미언 셔젤(‘라라랜드’) 세 차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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