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엄 니슨(66·Liam Neeson)이 나오는 액션영화라면 덮어놓고 보겠다는 관객, 영화라면 모름지기 때리고 부수는 맛이 있어야 하며, 머리 아픈 건 딱 질색이라는 관객, 오직 킬링 타임이 목표인 관객에게 영화 ‘커뮤터’(감독 하우메 코예트 세라)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테이큰’(2008) 이후 니슨의 액션에 점점 지쳐가는 관객, 새로운 감각의 액션을 원하는 관객, 오락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관객에게 이 작품은 따분하기만 할지도 모른다.


경찰이었던 ‘마이클’(리엄 니슨)은 은퇴 후 뉴욕에서 보험회사 중간 관리인으로 살고 있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중 회사에서 해고 통보마저 듣고 심란한 마음으로 통근 기차에 오른다. 그때 걸려온 의문의 전화 한 통. 기차 안 승객 중 중요한 사건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 타고 있으며, 그를 찾아내면 10만 달러를 주겠다는 것. 마이클은 거부하지만 인질로 잡힌 가족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건의 중심에 선다.


이쯤되면 액션 콤비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 니슨과 하우메 코예트 세라 감독이 합작한 액션영화는 ‘커뮤터’ 포함 네 편이다(‘언노운’(2011) ‘논스톱’(2014) ‘런 올 나이트’(2015)). ‘테이큰’ 만큼 뚜렷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없지만(최고 흥행작 ‘논스톱’ 208만명), 그렇다고 해서 최악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작품도 없었다. 


니슨은 ‘테이큰’ 이전에도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를 맡든 제 몫을 해주는 배우였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코예트 세라 감독은 액션영화의 기본을 아는 감독이다. ‘커뮤터’ 또한, 최소한의 즐길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터’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는 건 결국 ‘반복’ 때문이다. 코예트 세라 감독은 설정만 바뀌었을 뿐 자기 복제에 가까운 액션영화를 계속해서 찍어내는 중이며,니슨은 이런 작품들에 기계적으로 참여하며 유사 캐릭터를 제조 중이다. 요컨대 ‘공장식 영화 작업’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은데 문제는 태업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두 사람의 묘한 의기투합이 수년 간 이어지면서 니슨의 액션물에 지쳐가는 관객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커뮤터’는 사실상 ‘논스톱’의 배경을 비행기에서 기차로 옮겨온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테이큰’의 거대한 성공에 니슨은 분명 혁혁한 공을 세웠다. 중후한 목소리에 신사적인 이미지를 가진 중년 배우가 “딸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에펠탑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며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모습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테이큰’에서 니슨보다 더 중요했던 건 “널 찾아내서 죽일 것”(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이라는 유명한 대사가 상징하는 쿨한 정신이었다. 용서라고는 찾을 수 없는 화끈한 액션이 주는 짜릿함이야말로 관객이 액션영화를 보는 이유 중 하나이고 ‘테이큰’은 그걸 알았기 때문에 낮은 영화적 완성도에고 불구하고 흥행할 수 있었다.


다만, 액션의 쾌감은 영화의 일부분일 뿐이며 이런 감각은 반복될수록 무뎌진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니슨이 제이슨 스태덤이나 대니얼 크레이그처럼 화려한 액션 연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액션은 더 높은 영화적 완성도 안에서 구현돼야 했다. 더 나은 이야기, 더 나은 캐릭터를 만났다면 니슨은 진짜 액션 배우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니슨은 ‘테이큰’ 같은 영화에 무려 6편이나 더 출연했고 새 영화 ‘커뮤터’ 또한, 관객이 앞서 봤던 그저그런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들을 니슨식(式) 액션이라고 표현하기엔 니슨의 액션영화를 향한 지지는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니슨은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에서 “더이상 액션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던 선언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죽을 때까지 액션영화를 찍을 것”이라며 뒤집었다. 올해 중 니슨의 새 액션영화 ‘하드 파우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아들을 죽인 마약상에게 복수하는 아버지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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