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지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최악의 시련을 겪었다. 개막 전부터 에이스의 부재로 우려의 시선을 받던 남자 대표팀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에 빈손으로 대회를 마쳤다. 

파벌 싸움에 밀려 러시아 귀화를 선택한 빅토르 안의 승승장구는 이들을 더욱 아프게 했다.

아픔을 딛고 다시 뛰는 남자 쇼트트랙은 내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명예 회복의 장으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은 완벽한 뒤집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대다.

김선태(41) 남자대표팀 감독은 8일 노원구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소치 대회에서는 남자팀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평창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선수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어려움은 있지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김 감독은 “쇼트트랙은 예측하기 힘든 종목이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도 3수 만에 됐다. 남자팀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똘똘 뭉치면 1년 후에는 웃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대표팀의 핵심은 이정수(28·고양시청)다.

지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2관왕(1000m 1500m)에 빛나는 이정수는 소치 대회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잠시 스피드스케이팅으로의 외도(?)를 마치고 돌아온 이정수는 보란 듯이 과거의 기량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겸 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는 국내 남자 선수 중 유일하게 금메달(1500m)을 목에 걸었다.

이정수는 “아직 선발전도 안 치렀고 세계선수권도 남았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선수로서 최고의 꿈인 평창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수는 나아가 “국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성원을 당부했다. 

소치에서 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무관에 그친 신다운(24·서울시청)도 1년 뒤를 벼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다운은 3년 전 1000m 결승에 올랐지만 러시아 선수들의 합동 작전에 막혀 주저앉았다. 

신다운은 “당시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한 뒤 소치 올림픽에 나갔는데 약간 자만한 것 같다”며 “실패를 겪은 이후 운동하는 자세를 많이 보완했고 그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냈다. 앞으로 1년 남았는데 남은 기간 더욱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올림픽을 향해 뛰는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오는 19일 제8회 동계아시안게임을 통해 기량을 점검한다. 평창의 모의고사 성격이 강하지만 결코 허투루 볼 수 있는 대회 또한 아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단거리 최강자 우다징과 장거리 최강자 한티안위(이상 중국)은 평창에서의 영광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각자 종목에 맞춰 훈련을 했다”며 이들과의 진검 승부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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