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55) 감독의 ‘아가씨’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이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건 ‘아가씨’가 최초다.


‘아가씨’는 18일(현지 시각) 오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7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The Orange British Academy Film Award)에서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 앤절리나 졸리 감독의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캄보디아 딸이 기억한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세일즈맨’,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러브리스’를 제치고 외국어영화상 부문 최고 자리에 올랐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국 영화는 물론 전 세계 개봉작을 대상으로 한 영국 최대 영화 시상식이다. 미국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함께 오스카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 불린다. 다만, ‘아가씨’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아가씨’ 대신 ‘택시운전사’를 출품, 이 작품은 최종 후보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박 감독의 10번째 장편영화인 ‘아가씨’는 지난 2016년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영화는 본상을 받는 데는 실패했지만 미술·촬영 등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주는 벌칸상을 차지했다. 이후 영화는 미국 각종 시상식에서 “기괴하고 아름답다”는 평가와 함께 외국어영화상·미술상 등을 휩쓸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는 지난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로 들어간 소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민희·하정우·조진웅·김태리 등이 출연했다.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가 원작으로 소설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소매치기 무리에서 자란 소녀가 소매치기들과 손잡은 사기꾼을 귀족 상속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상속녀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박 감독은 워터스의 작품을 지난 1930년대 일제 강점기로 옮겨와 각색했다.


박 감독은 2016년 국내 개봉 당시 이번 작품에 대해, “죄의식과 사랑이 서로를 반영하며 무한히 증식하는 이야기”라며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죄의식, 거울을 보듯 나의 모습을 다른 이에게서 보았을 때의 감정적 딜레마, 그리고 그때 느껴지는 사랑이 ‘아가씨’”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세계적인 거장임을 또 한번 증명했다는 평가다. 박 감독은 지난 2004년 ‘올드보이’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2위), 2009년 ‘박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3위)을 받으며, 세계 최고 연출가 반열에 올랐다.


한편, 박 감독은 현재 영국 BBC에서 제작하는 6부작 TV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The Little Drummer Girl))을 연출 중이다. 이 작품은 영국 작가 존 르 카레의 동명 스파이 소설이 원작인 작품으로 이중 스파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상반기 중 본격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플로런스 퓨·알렌산더 스카르스고르드·마이클 섀넌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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