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 차정준 기자  /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과 팔당호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자리한 커피 전문점 ‘커피와 화로’<사진>.

이제는 너와 나 할 것 없이 회색풍경한 아파트에 살면서 옛 추억을 잊어가는 요즘.

이곳에 가면 세월의 두께가 쌓여있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지랑이처럼 살아난다. 

이곳에 가면, 서리 찬 밤, 섬섬옥수로 인두를 묻어 놓고 바스락 거리며 바느질을 하던 

맥동화로가 있는가하면, 가난한 남산골 선비가 허리끈을 졸라매 가면서 하루 종일 화롯가에서 도도한 마음을 되사리던 놋화로가 있고 두메산골 오두막집의 북덕불 질화로. 

된장찌개를 올려놓고 남편을 기다리는 고달픈 셋방살이의 쇠 화로 등 장장 4대에 걸쳐 수집 했다는 400여 점의 화로가 전시돼 있다. 

화로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따뜻한 구들방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정겨운 모습이다.

말하자면, 화로는 우리민족의 문화와 함께 싹터서 함께 자랐다고나 할까? 얼마나 많은 우리민족의 애환이 한국의 구들방 화롯가에서 이루어져 왔는가를 생각하면 한국 사람과 화로 사이에는 정말 두터운 정이통하는 것만 같다.

바람 찬 날, 반가운 벗이나 손이 찾아왔을 때, 얼마 남지 않은 화롯불을 아낌없이 활짝 헤쳐주고는 환하게 웃어주는 마음은 마치 화로가 뿜어주는 더운 입김처럼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기도 한다.

화로가 풍겨주는 하나의 생활 풍경이라고 할까, 화로는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다.

오늘날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의 화롯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특별한 분위기가 필요할 때는 물론, 어느 순간에도 좋은 장소.

이곳에 가면 커피와 차의 고장으로 알려진 보스톤에서 10여년을 유학한 청년이 직접 내려주는 감미로운 한 잔의 커피와 고단한 삶의 무게를 날려 버리는 신비한 묘약 같은 볼거리가 있어 우리에게는 고단한 삶 뿐만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삶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주변의 수려한 풍광과 먹거리까지 풍부해서 가족, 연인 등 누구나 한번 부담없이 가볼만한 곳 ‘커피와 화로’가 수도권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 4대에 걸쳐 수집한 화로를 선조들의 뜻을 받들어 최근 개관한 경기 광주시 퇴촌면 광동리 674-1번지 ‘커피와 화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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