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과 비박 중심의 바른정당이 보수의 적자(嫡子) 자리를 놓고 전면전에 돌입했다. 민자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의 적통을 놓고 자유한국당은 자신이 적자라고 주장하고 있고 바른정당은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울 정당임을 공언하며, 자유한국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13일 5년 만에 당명을 개정한 자유한국당은 첫 일성으로 “우리가 보수 개혁을 위한 선봉”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옛 새누리당은 친박 핵심들에 대한 인적청산 작업이 어느정도 완료됐기에 이젠 보수 개혁을 위해 매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최근들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인원이 점차 많아지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지지율도 상승하자 “다시 행동할 때가 됐다”며 기세등등 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 지지율과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들의 지지율도 미미하자 “우리가 보수의 진짜 적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날 열린 전국위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우리가 보수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보수 본연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 보수의 힘으로 자유시장경제, 자유통일 대한민국을 기필코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보수의 힘으로 자유시장 경제를 확고히 하고 우리 국민이 마음 편히 잘 수 있도록 안보를 굳건히 해야 한다”며 “우리가 보수 개혁을 위한 선봉이자 이 나라의 민족과 보수를 새롭게 만드는 일에 함께 매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뜨지 않아 고민 중인 바른정당은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당 이미지 개선에 나서자 더욱 긴장하는 눈치다. 이에 바른정당은 당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아직도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박 대통령에 대한 집중 공격을 통해 ‘자유한국당=친박당’이란 등식을 각인시키자는 취지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은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탄핵을 추진한 책임을 지고 전원 의원직에서 총사퇴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또 당 내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포함한 ‘범보수 후보 단일화’ 논란이 일자 “국정농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없다”며 중도, 보수 지지층에게 차별화 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의 당명 개정을 두고서는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친박세력의 밀실패권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척결도 없이 당명 변경만으로 자신들의 허물을 벗어버리려는 것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특히 새누리당 친박패권세력의 태극기 집회 참여는 나라를 파탄 낸 바 있는 친박 기득권을 어떻게 해서든 지키고자 하는 후안무치한 몸부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또 인 위원장을 향해서는 “탄핵 인용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오 대변인은 “인 위원장은 오늘 ‘탄핵이 인용될 경우 탄핵에 반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총사퇴해야 한다’는 바른정당의 요구에 대해 ‘남의 당 얘기’를 하지 말라며, 집권당 대표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반응을 보였다”며 “인 위원장은 말 장난을 중단하고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집권당 새누리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이같이 정면 충돌하는 것은 대선은 물론 그 이후의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보수단일화’ 압박이 거세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치열한 보수 적자 싸움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서울시장 등 야권 후보 3인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에 대비해 ‘보수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현재까지 당 지지율 면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MBN·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10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2511명에게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4.5%, 바른정당은 5.6%를 기록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응답률은 8.0%.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른정당은 최근 비교섭단체인 정의당(6.8%)에게 까지도 지지율에서 밀리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때문에 황 대행에 대해 더욱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황 대행만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대선 국면에서는 ‘해볼만 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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