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자유한국당이 지난 13일 새누리당에서 간판을 바꿔달며, 본격적인 대선 항로를 시작했지만 후보군을 놓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수진영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심만 한다면 당연히 자유한국당에서 출마할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바른정당보다는 우위에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만일 황 대행이 불출마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자유한국당도 이같은 질문에는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딱히 내놓을 만한 후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선 황 대행이 출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여기엔 여러가지 어려움이 존재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게 본인의의 출마 결심이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행의 출마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난 7일 국회 본회의 출석 당시 출마관련 입장을 밝힐 계획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황 대행은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황 대행의 출마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직접적인 책임은 없어도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황 대행이 설사 출마를 한다 해도 야권 후보를 꺾을 수 있는 득표율을 올리겠냐는 회의적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황 대행의 불출마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는 이미 출마를 선언한 원유철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대선 출마시기를 저울질 중인 정우택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은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 이름을 못 올릴 정도로 지지율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과 비교되지는 못할망정 4~5%의 지지율을 보이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에 비해서도 힘에 부쳐보인다. 

그나마 두 번의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다른 잠룡 중에서는 인지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동력을 잃은 ‘충청대망론’에 힘을 실을 만한 정치적 명분도 있다. 나아가 민주당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의해 출마가 좌절될 경우 그에게 쏠렸던 충청 지지층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한데다 이당 저당을 옮긴 ‘철새정치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걸림돌이다. 자유한국당이 대표주자로 내세우기엔 흠집이 큰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 외에 원유철 의원이나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대안으로 부상할 수는 있어도 역시 전국적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성완종 리스트’파문으로 2심 선고공판을 앞둔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홍 경남지사가 무죄가 선고될 경우 대선 출마에 나설 뜻을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홍 지사가 오는 16일 2심 결과에서 무죄가 나온다하더라도 3심 최종판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역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재판을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숨은 카드다. 지난해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 전 총리가 최종심에서도 무죄를 받는다면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성완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자유한국당에겐 부담이다. 

정당은 대선에서 후보를 내야만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계속 할 수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비록 계륵일지라도 가장 많은 대선 주자군을 보유한데에는 시중의 보수 결집 분위기가 한 몫을 했다. 그간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간 숨죽이고 있던 보수층이 최근 황 대행에 대한 지지를 통해 다시 결집하는 모양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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