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지난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대기업에 빌려준 돈이 1년 전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연말부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신규 대출을 줄이거나 대출 만기를 단축하는 방식 등으로 대기업 여신 관리를 강화한 결과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대형은행의 지난해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77조6870억원으로 전년 말 91조4174억원보다 13조7304억원(15%) 줄었다.

은행별 대기업 여신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은행 17조7422억원, 국민은행 16조8093억원, 신한은행 16조2755억원, 하나은행 15조5112억원, 농협 11조3488억원 등이었다.

감소폭은 하나은행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2월부터 대기업 대출 잔액이 감소했는데 1년 동안 6조원가량 빠졌다. 지난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합병한 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중복되거나 위험 가능성이 높은 기업 여신을 줄였다.

우리은행도 부실대출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 쇼크를 막기 위해 1년 새 3조5000억원 이상 줄였다. 신한은행과 농협은 2조원 안팎 감소했고 국민은행은 최근 1년간 큰 차이가 없었다.

5대 은행의 대기업 여신은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91~92조원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기업 대출에 발을 떼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대기업 부실채권비율은 4.03%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1.44% 로 절반 이상 낮고 가계여신은 0.31%에 불과하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은 3.93%로 평균 수준이지만 조선업은 14.33%, 해운업은 9.85%로 높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성장 등을 고려할 때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지난해는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기업 비중은 줄이고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은 늘렸다”고 말했다.

올해 전망은 엇갈린다. 금융당국이 가계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신장을 압박함에 따라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업 여신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은행들의 대출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13을 기록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과 기업의 영업실적 악화 등을 감안해 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를 현재보다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이들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식으로 직접 조달을 할 수 있다”며 “올해도 취약업종 등은 은행권 대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은행은 통합은행 출범 후 어느 정도 여신 관리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올해는 대기업 대출을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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