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기자 /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야 대선 주자들의 TV 출연 횟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국의 유권자들을 향해 한번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기에는 TV 출연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기 때문에 후보군이 앞다퉈 방송을 찾고 있다.

대선이 언제 치러질지 모르는 특수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들 여야 후보군의 거듭된 TV 출연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전처럼 상호토론회나 공약 설명회 등의 전형적인 대선 관련 방송이 아닌 토크쇼 등의 예능프로그램에 앞다퉈 출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야 후보군이 ‘이미지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많은 대선주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거나 출연을 검토 중이다. KBS 2TV의 대표적 예능인 ‘해피투게더3’의 경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그리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대선주자 5인 특집’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의 경우도 현재 ‘대선주자 국민면접’을 방영하고 있다. 진중권 교수와 방송인 허지웅씨 등 비정치인 패널이 각 대선주자들을 면접 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이 시장이 출연했다. JTBC ‘썰전’에는 문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각각 출연해 방송인 김구라씨를 비롯한 패널들과 토론을 벌였다. JTBC ‘말하는대로’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밖에도 야권의 주자들은 2030세대들이 많이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진 ‘팟캐스트’나 인터넷방송에도 틈틈이 짬을 내 출연하면서 인지도 상승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이같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 분위기는 과거 대선주자들이 선거를 앞두고 TV 토론과 뉴스 출연해 오프라인 토론회 등에 집중했던 것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안철수 후보가 MBC ‘무릎팍 도사’ 등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문재인, 박근혜 후보도 SBS ‘힐링캠프’에 각각 출연한 바 있지만 이처럼 주자들이 대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주자들이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출연 한 번만으로 여의도 정치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보다 광범위하게 대중들과 비대면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능이 현 정국과 관련한 무거운 이슈부터 개인사와 같은 가벼운 질문까지 다룬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소탈한 면모를 뽐낼 수도 있다는 장점도 한 몫 한다.

이처럼 대선주자들이 예능 출연을 통한 호감도 상승을 기대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미지 메이킹’에만 주력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자들이 공식 토론을 통한 공약 검증이 아닌 ‘이미지 정치’에만 몰두하면서 정작 정책을 비교할 무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경우도 각종 예능에 출연하면서 인기몰이를 했지만 공식토론회에는 불참해 ‘검증 회피’ 논란을 샀다.

심지어 문 전 대표 측은 다른 주자들이 토론회 개최를 요구하는 데 대해 “대선에 집중하기는 이르다”고 했지만 토론을 회피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는 게 모순적이라는 비판은 거듭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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