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을 놓고 야권이 뒤숭숭하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정권교체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지만 김정남 피살로 이같은 대선 구도에 변화 조짐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남 피살에 가장 긴장하는 쪽은 단연 더불어민주당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이같은 북한 발 뉴스는 자칫 대선 구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더구나 문 전 대표에게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곳이 안보 분야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서둘러 영입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특전사 경력을 부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남 피살로 여론이 안보 중시 쪽으로 급격히 쏠릴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김정남 피살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15일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뉴스가 오래 나오면 어떡하느냐”, “대선주자들 뭘 해도 다 묻히겠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 지도부가 이날 예정된 경선선거인단 모집 선언식까지 취소하자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다분히 문 전 대표의 대선행보를 염두에 둔 걱정이다.

김영춘 중앙당 선관위 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큰 뉴스이고 형제간 골육상잔의 흥행성있는 소재이긴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며 “어제밤까지 일본 NHK는 이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와는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너무 호들갑 떠는 한국 공영방송들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면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보와 경제는 항상 대선 때마다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표면적으로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지금 여권은 경제에도 안보에도 철저하게 실패했고 무능하다는 사실”이라며 “경제위기 상황, 안보불안 상황 극복을 위해서도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이 남북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현 대선구도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수 민주당 정책위원회 통일전문위원은 “이 문제를 많이 키우려고 하는 데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면 된다. 김정남이라는 사람이 현재 지도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남북관계와 관련된 사람도 아니지 않느냐”며 “가십거리가 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여러 안보위기론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민주당과 달리 범여권 정당은 앞다퉈 관련 논평을 쏟아내면서 안보 문제를 부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원유철 의원은 이날 “김정은 정권의 오판을 막고 광란의 무력 도발을 멈출 수 있는 길은 북한보다도 우리가 더 훨씬 강력한 핵 억제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핵무장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이 문제에 초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사드 반대 당론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달리 범여권 정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사건을 통한 대북 문제의 심각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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